대망의 마지막날이 밝았습니다. 아침메뉴로 선택된 라면4개는 물조절에 실패하며 망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습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오네요? 비가 확 오는것도 아니고 가랑비 수준으로 살살 오더군요. 본래 가랑비 수준의 비는 맞고다니는 본인은 우비따위 입지않고 그냥 달렸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대비해서 가방은 비닐로 감싸고 출발!

이날의 첫 목적지는 A가 이전에 가족들과 제주도여행을 갔을때 갔다던 김녕부근의 한 맛집이었습니다. 그 곳의 전복죽이 참 맛있다면서 그곳엔 꼭 가야한다고 저희를 설득했죠. 저야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만 해물을 잘 못 먹는 B는 약간 난색. 아무튼 출발했습니다.


금방 김녕에 도착하고 맛집을 찾으러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가게 비슷한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황한 저희들은 A를 필두로하여 여기저기 찾으러 다녔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A는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그 때 먹은 식당의 위치를 여쭤보고 다시 출발. 그런데 저희는 A의 지나치게 맹렬한 대쉬에 A를 놓치고 길을 잃어버립니다. 이후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서 간신히 간신히 가게앞에서 합류. 저와 B는 친구를 내팽겨치고 가게를 향한 A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표했죠.

위의 지도에 찍힌 점 중 왼쪽에서 두번째에 찍힌 점 부근이 가게가 있던곳입니다. 최단거리는 1132 도로를 계속 타고 가다가 '동복리 입구'라는 곳으로 빠져나가는 길이었으나 저희는 우선 김녕 해수욕장을 거쳐 한 번, 길을 잃은 저와 B는 해안도로를 따라 또 한 번 헤메어 겨우 도착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헤메는 길이었던 해안도로를 달리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식당인데 맛은?

전복죽

소라회


정말 맛있었습니다!!!!!!!!!!

해물을 잘 못 먹는 B도 만족을 표할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둘째날에 갔던 횟집이 푸짐하다는 점에서 저희에게 좋은 점수를 얻었다면 여기는 말 그대로 좋은 맛으로 저희에게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이만하면 고생(그닥 고생도 아니지만)해서 온 보람이 있지요. 가격은 전복죽 1인당 만원, 소라회 한접시 만원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계속 달려 도착한 곳은...


생뚱맞게도 삼양해수욕장입니다.

맨 앞에서 저희를 이끌던 A의 주장대로 온 곳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뭔가 보긴 봐야지.'란 말엔 동의하지만 해수욕장은 좀 아니잖아? 수영할것도 아니고, 여기에 도착 할 때 즈음엔 비가 그쳤지만 이전가지 계속 비가 내려서 사람도 별로 없을테고(실제로 별로 없었고)... 뭐, 그래도 검은 모래라는 점은 나름 독특한 요소여서 살짝 보고, 살짝 쉬고 왔습니다.

오히려 저는 지도에 그 근처에 '별도해벽'이라는 관광포인트가 있으니 거기에 가자고 하였죠. A와 B도 동의하고 가게됩니다. 그런데 그 곳에 가는 길이 없어요. 대체 그걸 어떻게 보라는 건지... 덕분에 약간 길을 헤메게 됩니다.

이렇게요... 세부적인 길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들어갔다가 길이 막혀서 약간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고지가 눈앞! 달리고 달리고 달렸습니다.


달리다가 보면 있는 한 길입니다. '제주하이킹'에서 제공한 지도에 따르면 이 구간은 사고위험지역입니다. 실제로 엄청난 경사가 져있어서 사고가 나기 좋아보였습니다. 다행히도 저희가 이곳을 지날때엔 차가 신호에 걸려서 별로 없었기에 속도를 만끽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두암에 살짝 들러준 뒤에 골!

마지막날 이동거리 : 약 42km


첫날 이동거리 : 약 32km
둘째날 이동거리 : 약 60km
셋째날 이동거리 : 약 59km
마지막날 이동거리 : 약 42km

총 합쳐서 약 193km, 좀 더 부풀려서 약 195km의 대장정을 끝내고 다시 출발지에 도착합니다.

사진과 이름은 적절히 모자이크!


다 돌면 자랑하라고 이렇게 완주증도 만들어 줍니다. 참고로 완주증에 적힌 '220km'는 가장 일반적이고 무난한 경우에 돌게되는 거리라고 하네요.

이렇게 자전거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3일 밤과 그 다음날인 4일엔 그럭저럭 시간을 보냈는데, 5일에 갑자기 피로가 밀려와서 거의 12시간을 잠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다리에 느껴지는 통증 으어......

그리고 귀찮다는 이유로 보호구, 모자, 토시, 선크림을 모두 무시한 덕에 얼굴과 팔이 완전 새까매졌습니다. 가족이 기겁 할 정도로... 다행히도 화상은 안 입었지만... 한차례 돌고 나서 느낀 자전거 일주를 할때 꼭 해야 할 것들을 꼽자면,

1. 헬멧과 보호구를 꼭 찹시다. (아 내가 할 말은 아닌 것도 같고...... 부끄러워라...)
2. 긴팔을 입거나 토시를 입어서 팔이 타는걸 방지합시다. (화상입으면 개고생)
3. 편한복장을 챙겨옵시다. (난 대체 무슨깡으로 4일간 한 청바지만 입고 자전거를 탔던가...)
4. 얼굴이 타는걸 막기 위해 모자나 썬크림을 꼭 챙깁시다.

처음이었기에 불안하면서도 엉성하게, 하지만 열심히 정신없이 달려온 4일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가게된다면 이런저런 관광지도 가보며(특히 마라도...) 더 알차게 보내고싶어요!

p.s. 이 글을 쓰기위해 지도를 구하고자 우선 다음지도로 접속. 그런데 다음지도의 거리재기 프로그램은 지도의 배율을 조정하거나 약간 이동하면 지정해놨던 길을 벗어나버리는 현상 발생. 빡쳐서 네이버지도로 이동. 여긴 매우 잘되고 거리재기 하나만큼은 다음보다 우수했으나, 조금만 하다보면 파탈에러로 파폭이 강제종료. 근데 익스로 하니가 잘만 되더군요. 아 더러운 대한민국 인터넷 환경.
by 치미 2009. 8. 10. 05:30
셋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지만 둘째날 그 험한길을 고생하며 달려온 운동부족 3인방은 너나할것없이 뻗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훨씬 늦은 11시반이 되서나 출발 할 수 있었네요. 더 일찍 나오긴 했지만 아침식사와 모닝똥(...)등의 이유로 사실상 출발시간이 이때였습니다.

셋째날엔 어느정도 조바심이 난 상태였습니다. 둘째날 그 험한 길을 몸소 체험한데다가 B의 저질체력을 본 저희들은 이대로 가다간 다 못 돌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길을 재촉하게 됩니다. 그래서 숙소 코앞에 있던 천지연폭포와 정방폭포도 보지 않고 바로 출발합니다.(뭐, 출발시간이 늦기도 했고...)


중간에 나온 이런저런 박물관들은 전부 개무시하고 달려서 표선에 도착.

시간이 AM/PM이 뒤집혀 나오긴 했지만 정말 빠른 속도로 표선에 도착했습니다. 길도 둘째날에 비하면 평탄한 수준이었고, 무엇보다도 B의 자전거 실력이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B는 속도를 빠르게 낼 실력은 못 되었기때문에 그 대신 쉬지않고 달려야했죠. 저와 A는 박자를 맞추기위해 잠깐잠깐 쉬었구요. 그래서 이렇게 사진도 찍는거 아니겠습니까 하핫.

제 경우에도 큰 발전(?)이 있었습니다. 전날까지 쑤시던 몸 곳곳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서 자전거를 타는데 '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특히 내리막길을 이용한 오르막길 정벅법을 나름대로 익히면서 더 쉽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방법이 좋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1/2일차때 보다는 훨씬 편한 방법으로 갈 수 있게 되었죠.

아, 그런데 '메오름'쪽 길은 정말 경사가 쩝니다. 단일 경사론 본좌포스에요.


표선해수욕장까지 점심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점심을 먹은 식당은 요리는... 사실 별로였지만 후식으로 제공된 식혜가 시원한게 좋더군요.


말이 방목되어있는게 신기해서 찍었습니다. 표선해수욕장 근처에선 모래사장에서 경마대회도 열더라고요. 참 신기했습니다.


달리고 달려 성산에 이르렀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달리기만 했습니다. 아침에 좀 더 일찍 출발했으면 성산일출봉정도는 가볼수있었을테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 눈물을 머금고 멀리서 사진 한장만 찍은채 통과했습니다.

그대로 달리면서 세화에서 쉬느냐 김녕에서 쉬느냐로 또 갈렸습니다. 시간은 늦었으나 이 날 달렸던 길은 정말 평탄해서 김녕까지도 무난하게 갈 수 있을거라 예상됬기에 이런 말이 나온것이지요. A는 오늘 힘들더라도 좀 더 가서 김녕에서 쉬자고 했으나 저와 B가 그냥 가까운 세화에 일찍 들어가서 일찍부터 쉬자고 하여 세화에서 쉬었습니다. 가는길에 해녀박물관이 있었지만 역시나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이 날은 '현대민박'이라는 곳에서 잤는데, 시설이 가장 좋았습니다. 2층을 통나무집 형식으로 꾸몄는데 정말 분위기 있고 좋더라고요. 다만 화장실이 너무 좁고, 저희가 묵은 방에선 변기가 그다지 좋지않아 대변을 처리하는데 에로사항이 있었으며, 주방은 공용이었다는 점이 단점이었습니다. 그외엔 굿, 굿! 3인 3만5천원이었습니다. 1층에 좀 안 좋은방은 2만5천원에 빌릴 수 있더군요.

셋째날 이동거리 : 약 59km


by 치미 2009. 8. 10. 04:52
둘째날이 밝았습니다. 평소 안 하던 운동을 많이 하다보니 온 몸이 쑤시더군요. 미칠듯한 통증과 함께 약 10시반경에 출발했습니다.

둘째날의 목표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바로 마라도! 무한도전 yes or no특집에서 마라도 자장면이 나왔을때부터 정말 먹고싶었거든요. 사실 이전에 갔던 여행에서도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배타고 마라도에 가려다가 당시 장마철이라 불안한 날씨 + 역시 너무 오래걸린다란 점 때문에 포기를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전 이번에야 말로 꼭 가고 말겠다는 의지에 불탔죠.

앞서 언급을 잊었습니다만, 하이킹업체에서는 주요 관광지의 할인쿠폰을 팔더군요. 거기서 마라도로 가는 배편을 샀는데, 시간대는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전화를 했죠. 했더니 왠 남자가 받더니 예약은 안 되며, 주말이니 서둘러서 와야 표를 살 수 있을거라고 하더군요. 저희는 대략 12시즈음에 모슬포항에 도착할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고, 마라도로 가는 배는 ...12시-2시-3시...에 있었으므로 충분할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출발. 협재해수욕장에서 모슬포항까지의 길은 무난한 시골길이었습니다. 꽤 힘을 들여야 할 언덕이 두번있긴 했지만 대체로 무난한 코스였죠. 하지만 역시 B가 문제였습니다. 자전거도 가장 못 타면서 체력도 가장 부족했고, '몸이 부서지더라도 가고야 말겠다'는 식의 근성도 가장 부족해서 항상 뒤쳐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무난히 갈 수 있었습니다.


모슬포항 근처의 지도입니다. 1132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표시판은 좀 더 앞으로 나아가서 꺾어야 모슬포항에 갈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운이 좋게도 쉬려고 들어간 한 슈퍼의 주인아주머니의 조언덕에 저런 지름길아닌 지름길을 찾아 갈 수 있었지요.


그렇게 해서 도착한 모슬포항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무려 2시표 매진, 3시표도 매진!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전 정말 이거 하나만 바라보며 달렸는데! 12시 약간 넘어서 도착했는데 3시표까지 매진 되었다는 사실에 정말 울것같았습니다. 게다가 3시표는 표를 사려고 줄선 눈앞에서 매진되었다는 알림말이 뜨더군요. 혹시나하고 줄을 서봤는데 제 차례때 매표소 점원분이 전화로 예약을 받더군요. 정말 그 순간 아침에 예약 안 된다고 드립치던 그 남자분부터 시작해서 여정이 늦어진 원인인 B에게까지 화가 나더군요. 그래도 안 되는걸 어쩌겠습니까. 화를 삭히면서 근처 횟집중 한 곳에 들어가서 점심만 먹고 나왔습니다.

근데 점심이 정말 쩔더군요. 7만원짜리 모듬회 하나 시켰더니 회는 기본이고 각종 반찬에 생선머리에, 반찬이긴 했지만 생선까스랑 돈까스도 나왔고, 매운탕에다가 결정타로 팥빙수까지 나오더군요. 그 푸짐한 양에 저희들은 정말 행복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마라도행이 좌절되었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났었는데 확 풀리더라구요.

산방산을 배경으로 내가 타고다니던 자전거와 함께...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길이 참 멋지더군요.


대충 이런느낌입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쉬지않고 계속 나옵니다. 진짜 죽는줄 알았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가며 나오긴 했지만 대체로 올라가는 형태라서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이쯤되니 B는 아예 걸어다니더군요. 일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안 좋은 행동이었지만 길이 길이니만큼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실 남에게 머라고 하기전에 제가 힘들어서 뭐라 할 힘이 없었어요. 정말 모슬포항이 있는 대정에서 천지연폭포가 있는 서귀포시 사이의 길이 제주도 일주 최대의 고비이자 최악의 길이라고 단언 할 수 있습니다.

뭐, 그래도 가다보니 한번 시원하게 내려가게는 해주더라구요.


중문관광단지 지도입니다. 이 부근부터 저 여미지 식물원 옆에 그어진 붉은 선으로 된 길까지는 시원한, 너무 시원해서 노브레이크면 자동차와도 맞짱뜰수있는 정도의 내리막길이 대체로 이어집니다.(중간에 한번 오르막이 살짝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 내리막이 너무 급경사라 솔직히 위험합니다. 차가 적은것도 아니라 더더욱이요. 참고로 여기선 A가 과속으로 식겁했습니다. 안전운전합시다;;


중문관광단지를 조금 더 확대해보았습니다. 보면 모슬포항때처럼 들어갔다 나온 길이 하나 있지요? 네, 바로 주상절리입니다. 마라도행이 좌절되고나서 '그래도 명색이 여행인데 뭐 하나 보긴 봐야 할 것 아니냐?'란 생각에 모두 동의하여 주상절리를 보기로 했습니다.


가는길 중간에 있는 테디베어 박물관입니다. 사실 전 개인적으로 여기에 정말 가보고 싶었습니다. 박물관은 따분해서 질색이지만 이건 왠지 재밌어보였거든요. 그런데 B가 정말 질색을 하더군요. 이유를 물어도 대답도 안 하고... 자전거라도 잘 타면 말이라도 안 하지 얄미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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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 사진 몇장입니다. 뭐, 대단한건 아닙니다만...

여기 주상절리에서 주상절리도 보며 짧은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숙소로 출발. 업체에서 추천해준 숙소로는 찜질방과 모텔이 있었는데, 저는 '찜질방에 가서 뜨거운 탕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자.'고 했고, A는 '찜질방에선 잠을 편히 못 잔다. 피로를 풀기위해 모텔에서 숙면을 취하자.'고 주장했죠. B는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모텔을 선택했습니다. 모텔이 찜질방보다 좀 더 가야 있었으므로, 그 다음날 일정에도 긍정적이었다는 측면도 있었지요.

그렇게 길을 계속 가는데 이전만큼 다이나믹하진 않지만 여전히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입니다(물론 오르막 위주). 이쯤되니 제 다리도 비명을 질러대서 오르막에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저 갈라진 부분이 보이시나요? 저 부분이 또 '시원한 내리막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도로도 차들이 많이 다녀서 위험합니다. 결정적으로 갓길이 있긴하지만 갓길부분에 식물(나무나 줄기 등)이 많이 튀어나와있어서 실질적으로 자전거로 달릴만한 길은 매우 좁습니다. 저도 내리막이라고 신나게 달리다가 나뭇가지에 한번 맞아서 큰일날뻔했네요. 이곳도 꽤나 위험한 길이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둘째날 이동거리 : 약 60km


둘째날에도 길고긴 여정을 마치고 숙소에 안ㅋ착ㅋ

그런데 애초 목표로 한 숙소인 성림장모텔엔 방이 없더군요. 그래서 주인장의 추천하에 딴 모텔로 이동. 그런데 거긴 정말 최악. 문도 제대로 안 열려, 방은 존나 좁아, 뜨거운물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걸려, 분위기도 뭐같았고 결정적으로 바퀴벌레까지! 결국 빡친 저희들은 탈출하고 다른 숙소로 옮겨야 했습니다. 그 숙소는 정말 대 만족. 훨씬 넓고, 에어콘 좋고, 시설좋고. 음음. 옮겨야 했던 두개의 숙소명을 밝히지 않는건 숙소명이 생각나지 않아서 입니다. 저희가 만족하고 잔 숙소는 성림장모텔에서 오르막길을 올라가다보면 보이는 코사마트슈퍼 바로 옆에 있던 한 모텔이었으니 참고하세요. 그 모텔 역시 3인 3만원이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끝에 밤 11시반이 되서야 한숨돌리고 저녁으로 치킨두마리를 시켜 먹을 수 있게되었죠. 정말 힘들었던 만큼 정말 맛있었습니다.


by 치미 2009. 8. 10. 04:28
지난 여행을 갔다온지 한달도 채 되지않아 이번엔 대학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어디 갈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주동자라 할 수 있는 저와 한 친구(이하 A)에 의해 제주도를 자전거로 도는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죠.그런데 남은 한 친구(이하 B)가 문제였죠. 왜냐하면 B는 자전거 초보였거든요. 이 여행을 떠나기 2주전에 급하게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전 그래서 걱정을 했지만 A가 '어쨌든 자전거를 탈 줄 아니까 괜찮을거다'고 해서 그냥 강행했습니다. 그리하여 7월 31일부터 8월 3일 4일간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주도로 가기 위해 온 김해공항입니다. 배가 싸고 좋지만 배는 표가 없더군요... 대체 왜 부산-제주도 배편은 느린배로 단 한척뿐일까요?

아무튼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전 잘 몰랐는데 제주도를 자전거로 한바퀴 도는걸 지원해주는 가게가 많더군요. 제 경우엔 제주하이킹이란 곳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자전거는 물론이고, 헬멧, 모자, 우비 등의 보호구와 지도, 여행일정까지 전반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더군요.

제주하이킹 앞 도로모습입니다. 출처 : 다음 로드뷰


자, 여기서부터 출발을 하죠. 우선 시계방향vs반시계방향을 결정해야하고, 주로 탈 도로를 선택해야합니다. 보통 일주도로라 불리는 1132번 도로를 타는게 기본이고, 여기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해안도로나 기타 관광지로 빠지는 것이죠.

첫날 이동거리 : 약 32km. 이하 지도의 출처는 네이버 지도.


첫날 저희가 이동한 경로입니다. 여행상담과 함께 받은 지도에서 딱히 가볼만한 관광지도 안 보여서 그냥 숙소까지 다이렉트로 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된 문제가 터졌습니다. 앞서말한 친구 B의 자전거 실력이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첫날부터 두번이나 사고로 죽을뻔했어요. 그 중 한번은 멀쩡히 자전거 도로를 잘 달리다가 균형을 잃고 차도로 개돌했을때인데 차도에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어휴 정말... 덕분에 저와 A는 'B때문에 여행이 끝장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야 했죠.

그렇게 불안불안하면서도 정말 느리게 일주도로를 달리다가 목표로 한 숙소근처에서는 해안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첫날에 볼 관광지가 없긴 했지만 자전거만 죽어라 타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지요. 해안도로는 풍경도 좋고, 바다바람이 불어 시원하기도 했으며, 길도 좋은데다가 결정적으로 차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 초보 B도 그곳에서 만큼은 편하게 달릴수 있었죠. 다만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그만큼 달리는 거리가 길어졌고 그래서 결국 B는 마지막에 걸어와야했습니다.

그래서 위 지도에서는 2시간 거리라고 나온 거리를 장장 4시간에 거쳐 달려야 했죠. 쉬는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오래걸렸습니다. 여기서 자전거일주는 첫경험인 저희들은 '이래서 다 돌 수 있을까?'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그 덕에 이후 여행이 정말 밋밋해지는 결과를 낳게되었죠.

개고생한 친구 B. B 덕분에 A와 저는 정신적인 피로가 장난이 아니긴했지만 어쨌든 육체적으로 가장 고생한건 B이지요. 그 B의 주장으로 삼겹살을 2근을 저녁 한끼동안 처리해야 했습니다. 모두 다 피곤한 상태이긴 했지만 2근이라니... 포식은 했지만 밥은 그다지 못 먹었네요.

민박이야기 - 첫날 숙소는 협재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강원민박이라는 곳입니다. '제주하이킹'과의 연계가 되어있어서인지 자전거가 많이 서있더군요. 음 하지만 시설은 그다지 좋진 않았습니다. 주방이 하나밖에 없는데다가 없는 물품이 많아서 고생했습니다. 주방과 붙은 방을 저희가 차지한 덕에 저흰 편했지만, 그 대신 다른 사람들이 저희 방 앞을 왔다갔다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죠. 그리고 프라이팬이 없어서 고기를 큰 냄비에다 구워야 했습니다. 고기가 바닥에 쩍쩍 달라붙어서 고생했네요. 씻는곳도 찬물이 나오지 않아서 그야말로 안습.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 (아마)손자의 마음씀씀이(?)는 훈훈해서 좋았지만 역시 시설이 좀... 3인 기준 3만원이었습니다.
by 치미 2009. 8. 10. 03:42
그리하여 맞이한 셋째날. 이날엔 제가 부산에 오고자 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바로


부코!

...나도 참 막장이지... 부산까지 와서 태종대는 안 보면서 부코는 보고...

아무튼 봤습니다. 그런데 크게 실망했습니다. 규모가 엄청 작더라고요... 그래도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부산에서 열리는게 이러니 대구에서야... 알만하겠더라고요. 게다가 대구 엑스코에는 아직까지 지하철도 안 뚫려있어서...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건 제 마음에 들었지만 그래도 규모가 너무 작아서 별로였습니다. 코스프레도 하는 사람이 적었는데 대신 고퀼이더군요. 코스프레만큼은 서울보단 부산이 위인듯.

그리고 지하에 맥도날드가 있는데 여기 맥도날드는 런치타임따위 없습니다. 시발 뭐 그딴 곳이 다있어.

어... 그리고 그 다음엔 부산에 딱히 볼 것도 없고 해서 다음 목적지인 진주로 향하는 기차를 탔습니다.


나름 힘들었던지라 기차안에서 자리잡은 뒤에 찍었네요. 부전역에서 출발했는데 출발하기전 입구에 있는 시장의 한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를 먹는데 떡 갯수당 가격을 매겨서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맛은 있더라고요.

3일차는 거의 부산에서 진주로 가는 약 3시간의 일정덕분에 이렇게 정말 별일없이 보냈습니다. 진주의 찜질방은 확실히 규모가 작더라고요. 게다가 요즘 목욕탕에선 볼수없는 '비절수 세면기(정식명칭은 몰라서;;)'가 있더라고요. 왜 누르면 물이 일정하게 나오는거 말고 예전에 수도꼭지를 올리고 내림에 따라 물이 나오는 그거. 뭐, 덕분에 편하긴 했습니다만... 그리고 찜질방이란 곳이 밤이 늦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단 한곳의 '사우나'도 운영하지 않더군요. 이뭐...

아무튼 다음날. 마지막인 4일차입니다. 진주에는 친구가 자신의 친구(즉 저에겐 친구의 친구가 되는거죠)가 있다는 이유로 왔습니다...만, 역시나 계획이 짱짱한건 아니었기에... 대충 시내에서 밥을 먹은 뒤에 진주성이란 곳으로 갔습니다.


이곳이지요.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의 그 장소입니다. 진주시민은 무료로 들어갈수있지만 외부인은 관람료를 내야 하더군요.


진주성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한 정자. 여기가 대박이었습니다. 그냥 앉아서 남강을 바라보며 쉬니까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여기 앉아서 몇시간이고 이야기를 하는것만으로도 즐거운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맞겠죠? 논개가 왜군의 적장과 친해져서 결국 동반자살한 곳이? 설명같은건 읽지 못해서... 이 곳의 정확한 명칭도 모르겠고... 아무튼 정말 좋은곳이었습니다. 진주시민은 참 좋겠더라고요.

그 뒤로는 진주성 내부를 적당히 돌면서 박물관도 한바퀴 돌고, 그리고 집을 향해 갔습니다. 이렇게 되돌아보면 남는게 얼마없는 여행이지만 저에겐 이게 딱 맞아요. 비교적 중요한 곳 소수만 선택해서 본 뒤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요. 이제 곧 여행을 또 한 번 떠나게 될 것 같은데 이번엔 또 어떤 여행이 될 지 기대되네요.
by 치미 2009. 7. 24. 04:20
첫째날을 보내게 될 찜질방에서 고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부산에 가자!'는 것만 결정되서 온거지 '부산의 이곳에 가자!'는게 결정된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갈치시장 - 해운대 라는 큰 틀을 세우고 다음날을 맞이했습니다.


우선 계획대로 자갈치시장에 먼저 도착했습니다.


정말 바다라는 느낌이 확 오더군요. 보기만해도 시원했습니다.

여기에 와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본래 해물짬뽕을 노리고 있었던 저희는 사방에 횟집밖에 보이지 않는것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이때가 시간은 오후였지만 저희에겐 첫 식사였기때문에 회는 조금 꺼려졌고 결국 아무 가게에 들어가서 아구찜을 먹었습니다. 친구중 한놈은 해물을 정말 싫어하는 놈이라 그 녀석은 콩나물만 먹어야했죠. 참고로 그 아구찜은 그저 그랬습니다.

그리고 지하철로 내려온뒤에 지하철역사에 있는 관광지 지도를 보면서 자갈치시장과 해운대 사이 - 부산 지하철 노선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자갈치 시장과 해운대는 각각 거의 동/서의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 에 어디 갈만한곳이 없나 보고있는데 지나가던 한 부산아재의 도움으로 근처 용두산공원에 가게되었습니다.


여기였는데 지상에서 이 산위에 있는 공원까지 올라오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정말 편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많았는데 그저 그랬습니다. 타워와 같은 건물안에는 입장료를 내야하는것 같아서 들어가지 않았구요. 비둘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이제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고 바로 해운대로 ㄱㄱㄱ


도착했을땐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려는 때였기에 다소 한산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정말 시원하더군요.


그리고 그 옆으로 걸어가면 동백섬이라는 곳에 갈 수 있습니다. 저 건물옆에 나무계단이 있어서 갈 수 있게 되어있지요.


지나가면서 본 의문의 인어상. 비석은 세워놨는데 나무길은 저곳과 연결되어있지 않아서 누구를 위한 비석인지 의문이었습니다. 아마 저곳에서 사고가 몇번 있어서 지금과 같이 길이 없어지게 된거겠지요. 제 친구 한명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가서 읽고 왔습니다. 설화가 써져있었는데 아무튼 저 인어가 이 곳을 지킨다고 하던가? 그녀석이 그닥 똑똑한 놈이 아니라 ㅡㅡ;;


뭐, 이렇게 경치가 좋습니다. 낚시금지라 써져있지만 그런거 없이 중간중간에 낚시하시는 분들도 꽤나 계시고...



...사진상으론 아무것도 없는 의문의 사진입니다. 다만 동백공원의 한 부분에서는 그곳에서 육안으로 '대마도'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안개없이 맑은 날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보인다는 것이었는데 보다시피 안개가 자욱해서... 그리고 그 옆으로 '오륙도'라는게 보인답니다. 육안으로는 어렴풋이 보여서 찍어봤는데 사진에선 영 안 보이네요.


그리고 그곳에서 찍은 광안대교. 밤에는 야경이 쩝니다. 이렇게요.


이 사진은 밤에 자기위해 들어간 찜질방 창문에서 각도가 좋길레 찍은 사진입니다.

제 카메라가 좀 고물이라 사진이 깨끗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겨우 이거 하나 건졌습니다.

저 등의 색깔이 시시각각 변하는게 인상적입니다.

아무튼 동백섬을 다 돈 다음에 '걸어서' 광안리 해숙욕장으로 갔습니다. 가는 길에 정말 멋진 건물들이 많아서 뭐랄까, 약간 놀라며? 감탄하며? 그렇게 왔습니다. 가는길에 정말 배고프고 다리아파서 힘들었는데 중간에 맥도날드 간판이 있더군요. 얼른 달려가서 즐겁게 먹으며 쉬었습니다. 그 맥도날드는 꽤 길 안쪽에 있는데 간판을 도로쪽에 세워두었더군요. 덕분에 정말 살았습니다.

음... 바다까지 가놓고 수영을 한 것도 아니고 회를 먹지도 않았군요. 수영이야 애초에 계획에 없었으니까 뭐... 게다가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부니까 굳이 수영을 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회는... 정말 아쉬웠습니다. 다음엔 꼭 먹고 말거에요!

참고로 박물관은 저희 여행구성원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따분한 곳이라 여행대상에서 애초부더 제외됬습니다. 태종대는 가보고 싶었지만 지하철이 뚫려있지 않아서 패스. 저희는 기차나 지하철을 사랑합니다.

이 곳 찜질방에도 만화책이 있더라고요. 여기서 '마스터 키튼'이라는 만화책을 접했는데 정말 엄청 재밌었습니다. 전날에 간 찜질방은 찌질한것들 밖에 없었는데 여긴 재밌는것들이 많더라고요. 아무튼 다음에 꼭 '마스터 키튼' 전권을 사서 읽고 말겠어요!
by 치미 2009. 7. 24. 04:02
방학을 한지 일주일 약간 넘은 시점에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한 번쯤 국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5월에 노통이 돌아가시고 나니 괜히 봉화마을에도 한 번 가보고싶어서 출발했습니다. 계획이라는건 정말 개코도 없이 그냥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아무튼 출발했습니다. 첫 목적지는 봉화마을이네요. 봉화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진영역으로 가야합니다.


역에서 나온뒤 눈에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서 나오는 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걸어가다 보면 봉화마을로 가는 버스가 있는 버스터미널이 나옵니다.


바로 이 57번 버스이지요. 요금은 아마 천원이었을겁니다. 참고로 이 버스는 배차간격이 약 2시간입니다. 9시 - 11시 - 1시 - ... 이렇게 갔죠. 저흰 그냥 무작정 일찍 갔다가 버스만 한시간 기다린다고 지겨워죽는줄알았습니다. 혹시나 갈 사람은 참고하세요.

그리고 여기가 시골이긴한데 그렇게 '깡촌'은 아닙니다. 뭐, 기차역도 있는데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전 대통령도 계신곳이니... 나름 있을건 다 있더라고요.

뭐, 아무튼 그렇게 버스를 타고 약 10분? 20분? 정도 가더니 봉화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금방이더군요.


도착한 날(0702)에는 아직 49재(0710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여전히 분향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맞은편에 있던 이 건물. 일종의 박물관 비슷한 구실을 하려던것 같은데 때가 때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추모장소가 되어있더군요. 건물도 그닥 크지않고...

이제 남은건 봉화산 뿐이죠. 대통령은 이제 없고, 집도 공사를 하는지 접근이 용이치않아서 남은 곳이 산말고는 마땅히 없었습니다.


올라가기전에 한컷~ 문제의 그 바위입니다. 넵.

이 산이 그렇게 높거나 하진 않은데 맨 처음에 올라가도록 되어있는 계단이 단이 너무 높아서 올라갈때 힘이 정말 많이 들더군요. 애들을 끌고 나온 부모님들은 정말 지나치게 높은 단을 보고 그냥 포기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본래 부엉이바위로 가는 통로역할을 하는 다리입니다...만 예의 그 사건이후로 봉쇄된 모습입니다. 저 너머에서는 경찰로 추정되는 분이 지키고 계시더군요.


뭐, 금방 정토원까지 올라왔습니다. 더 올라갈수는 있지만 사실상 정상이나 다름없죠. 밑을 내려다 보며 몇장 찍었습니다.


부엉이바위 보는곳이라고 친절하게 표시된 지점이 있길레 그곳에서 부엉이바위도 몇장 찍어봤습니다.


그 날 경호원이 갔다는 정토원입니다. 뭐, 그냥 절입니다.

여기서 아무래도 상관없었을, 인상적이었던 점이 두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자판기. 저도 꽤나 운동부족이지만 그녀석은 리얼 운동부족입니다.(8월 4일 입대라는데 그래서 어떻게 될지...) 그래서 정말 도중에 쓰러질기세로 힘들게 올라와서 자판기를 보고 음료수를 뽑으려고 했죠. 그런데 지폐를 도저히 받지 않는겁니다. 마침 제가 동전이 꽤 있었기에 1500원짜리 이온음료를 뽑았죠. 그런데 어째선지 자판기가 돈을 거슬러주는겁니다. 무려 800원을! 지금 생각해도 어째서 거스름돈이 나왔는지는 미스테리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무료 생수제공. 사실 자판기 옆으로 난 길로 가서 정토원쪽으로 가면 정토원쪽에서 무료로 시원한 생수 한통씩을 제공해주었습니다. 어찌됬든 더운 날씨였기에 갈증이 있었던 저와 제 친구는 즐겁게 생수를 얻어 마시며 불교를 찬양하며 어째선지 개독을 까며 내려왔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산을 타고 내려온뒤에 주인없는 집도 한 컷. 봉화마을에서 다시 진영역쪽으로 가는 버스 역시 2시간 간격입니다. 고로 57번 버스를 타고 봉화마을로 들어온 뒤에 약 1시간 혹은 3시간 구경하면 다시 57번 버스를 타고 돌아갈수있죠. 저희는 산을 타고 내려온뒤에 대충 1시간이 되어서 적절하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확하게 맞지는 않아서 정토원과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팜플릿을 빼내 읽어봤습니다. 무난하더라고요. 그런데 노무현 전대통령의 팜플릿은 좀 웃겼습니다. 출생과 성장과정, 태몽, 유년시절에 대해 쓴 부분에서 국어교과서 '설화'부분에 수록될법한 글이 써져있었거든요. 인간적인 면모가 인상적이었던 대통령인데 팜플릿에선 신화화(?)됨으로써 생긴 괴리감이 웃겼습니다.


그 다음 목적지는 부산. 부산역은 참 크더라고요... 노숙자도 많고... 부산역 앞 광장에 왠 노숙자가 그렇게.. ㅡㅡ;;

아무튼 이 날 일정은 사실상 이걸로 끝이었습니다. 봉화마을에 간 저와 제 친구 이외에 또 다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이 날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늦게 합류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구체적인 관광은 내일 하기로 하고 저와 제 친구는 아무래도 좋을 곳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멀쩡한 산모와 아이를 킬한뒤에 발뺌한 일신기독병원. 그런 상식이하의 짓꺼리를 했다는 글을 읽었을때엔 허름한 동네병원을 생각했는데 꽤나 규모가 있는 병원이라 놀랐습니다. 이정도 되는 주제에 그런 상식이하의 짓을...

이러고도 시간이 주체할수없을정도로 남아서 교보문고 부산점에 가서 책을 읽으며 잉여잉여거리다가 남은 친구 하나와 합류하여 부산역앞 찜질방(지하철 5번출구로 나간뒤에 보이는 골목길으로 쭉 들어가면 보입니다)에 가면서 하루를 끝맺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시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 이 찜질방에는 만화책을 꽤 구비해두었던데요, 그 중 한 만화책을 읽고 나서 저와 제 친구가 다 함께 바닥을 뒹굴면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축구만화로 시작하더니 조폭만화로 변하고 결국 교도소로 간 주인공이 이상한 룰의 축구를 하다가 반항의 의미로 다함께 자살골넣으며 끝. 정말 전개가 예상불능의 막장전개라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by 치미 2009. 7. 24.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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