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한지 일주일 약간 넘은 시점에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한 번쯤 국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5월에 노통이 돌아가시고 나니 괜히 봉화마을에도 한 번 가보고싶어서 출발했습니다. 계획이라는건 정말 개코도 없이 그냥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아무튼 출발했습니다. 첫 목적지는 봉화마을이네요. 봉화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진영역으로 가야합니다.


역에서 나온뒤 눈에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서 나오는 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걸어가다 보면 봉화마을로 가는 버스가 있는 버스터미널이 나옵니다.


바로 이 57번 버스이지요. 요금은 아마 천원이었을겁니다. 참고로 이 버스는 배차간격이 약 2시간입니다. 9시 - 11시 - 1시 - ... 이렇게 갔죠. 저흰 그냥 무작정 일찍 갔다가 버스만 한시간 기다린다고 지겨워죽는줄알았습니다. 혹시나 갈 사람은 참고하세요.

그리고 여기가 시골이긴한데 그렇게 '깡촌'은 아닙니다. 뭐, 기차역도 있는데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전 대통령도 계신곳이니... 나름 있을건 다 있더라고요.

뭐, 아무튼 그렇게 버스를 타고 약 10분? 20분? 정도 가더니 봉화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금방이더군요.


도착한 날(0702)에는 아직 49재(0710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여전히 분향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맞은편에 있던 이 건물. 일종의 박물관 비슷한 구실을 하려던것 같은데 때가 때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추모장소가 되어있더군요. 건물도 그닥 크지않고...

이제 남은건 봉화산 뿐이죠. 대통령은 이제 없고, 집도 공사를 하는지 접근이 용이치않아서 남은 곳이 산말고는 마땅히 없었습니다.


올라가기전에 한컷~ 문제의 그 바위입니다. 넵.

이 산이 그렇게 높거나 하진 않은데 맨 처음에 올라가도록 되어있는 계단이 단이 너무 높아서 올라갈때 힘이 정말 많이 들더군요. 애들을 끌고 나온 부모님들은 정말 지나치게 높은 단을 보고 그냥 포기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본래 부엉이바위로 가는 통로역할을 하는 다리입니다...만 예의 그 사건이후로 봉쇄된 모습입니다. 저 너머에서는 경찰로 추정되는 분이 지키고 계시더군요.


뭐, 금방 정토원까지 올라왔습니다. 더 올라갈수는 있지만 사실상 정상이나 다름없죠. 밑을 내려다 보며 몇장 찍었습니다.


부엉이바위 보는곳이라고 친절하게 표시된 지점이 있길레 그곳에서 부엉이바위도 몇장 찍어봤습니다.


그 날 경호원이 갔다는 정토원입니다. 뭐, 그냥 절입니다.

여기서 아무래도 상관없었을, 인상적이었던 점이 두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자판기. 저도 꽤나 운동부족이지만 그녀석은 리얼 운동부족입니다.(8월 4일 입대라는데 그래서 어떻게 될지...) 그래서 정말 도중에 쓰러질기세로 힘들게 올라와서 자판기를 보고 음료수를 뽑으려고 했죠. 그런데 지폐를 도저히 받지 않는겁니다. 마침 제가 동전이 꽤 있었기에 1500원짜리 이온음료를 뽑았죠. 그런데 어째선지 자판기가 돈을 거슬러주는겁니다. 무려 800원을! 지금 생각해도 어째서 거스름돈이 나왔는지는 미스테리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무료 생수제공. 사실 자판기 옆으로 난 길로 가서 정토원쪽으로 가면 정토원쪽에서 무료로 시원한 생수 한통씩을 제공해주었습니다. 어찌됬든 더운 날씨였기에 갈증이 있었던 저와 제 친구는 즐겁게 생수를 얻어 마시며 불교를 찬양하며 어째선지 개독을 까며 내려왔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산을 타고 내려온뒤에 주인없는 집도 한 컷. 봉화마을에서 다시 진영역쪽으로 가는 버스 역시 2시간 간격입니다. 고로 57번 버스를 타고 봉화마을로 들어온 뒤에 약 1시간 혹은 3시간 구경하면 다시 57번 버스를 타고 돌아갈수있죠. 저희는 산을 타고 내려온뒤에 대충 1시간이 되어서 적절하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확하게 맞지는 않아서 정토원과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팜플릿을 빼내 읽어봤습니다. 무난하더라고요. 그런데 노무현 전대통령의 팜플릿은 좀 웃겼습니다. 출생과 성장과정, 태몽, 유년시절에 대해 쓴 부분에서 국어교과서 '설화'부분에 수록될법한 글이 써져있었거든요. 인간적인 면모가 인상적이었던 대통령인데 팜플릿에선 신화화(?)됨으로써 생긴 괴리감이 웃겼습니다.


그 다음 목적지는 부산. 부산역은 참 크더라고요... 노숙자도 많고... 부산역 앞 광장에 왠 노숙자가 그렇게.. ㅡㅡ;;

아무튼 이 날 일정은 사실상 이걸로 끝이었습니다. 봉화마을에 간 저와 제 친구 이외에 또 다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이 날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늦게 합류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구체적인 관광은 내일 하기로 하고 저와 제 친구는 아무래도 좋을 곳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멀쩡한 산모와 아이를 킬한뒤에 발뺌한 일신기독병원. 그런 상식이하의 짓꺼리를 했다는 글을 읽었을때엔 허름한 동네병원을 생각했는데 꽤나 규모가 있는 병원이라 놀랐습니다. 이정도 되는 주제에 그런 상식이하의 짓을...

이러고도 시간이 주체할수없을정도로 남아서 교보문고 부산점에 가서 책을 읽으며 잉여잉여거리다가 남은 친구 하나와 합류하여 부산역앞 찜질방(지하철 5번출구로 나간뒤에 보이는 골목길으로 쭉 들어가면 보입니다)에 가면서 하루를 끝맺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시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 이 찜질방에는 만화책을 꽤 구비해두었던데요, 그 중 한 만화책을 읽고 나서 저와 제 친구가 다 함께 바닥을 뒹굴면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축구만화로 시작하더니 조폭만화로 변하고 결국 교도소로 간 주인공이 이상한 룰의 축구를 하다가 반항의 의미로 다함께 자살골넣으며 끝. 정말 전개가 예상불능의 막장전개라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by 치미 2009. 7. 24. 0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