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5일 토요일, 소녀시대의 숙소


저녁준비를 하는 소리에 밖은 시끄럽다.

뭐가 그리 좋은지 다른 멤버들은 왁자지껄 즐겁게 떠들고 있다.


숙소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체 어두컴컴한 방안에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있는 한 소녀.

금발에 이국적인 외모, 누가 봐도 귀공녀 스타일인 그녀는 9명의 소녀들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소녀였다.

그녀는 무엇인가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시카야, 뭐해?"

누군가 방안에 몰래 들어와 이불을 확 들추며 말한다.

어두운 방안이지만 살짝 열린 문틈사이로 비추는 빛에 색기 넘치는 몸매가 드러난다.

"어, 유리야.."

12명의 소녀중 가장 색기가 넘치는 유리는, 데뷔전부터 소녀시대 멤버중 유독 제시카에게 들이대곤 했다.


"DMB보고 있었어^^?"

제시카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물건은 어느세 유리의 손에 들려 있었다.


"무한도전이네~ 명수오빠 진짜 웃긴다 ㅋㅋ 얼굴봐 ㅋㅋ 정말 하늘이 주신 개그맨이야 ㅋㅋ"


고양이 같은 유리의 웃음. 제시카는 왠지 자신을 놀리는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뭔가 불편하다.

"됐어, 이리줘"

핸드폰을 다시 빼았고는 태연한척 거실로 향하는 제시카.


"왜그래! 명수오빠랑 같이 냉면 불렀다고 그새 정든거야?! 차가워 너무나~ 속이 시려~ 너무나 이빨이 너무 시려! 냉면!냉면!냉면!"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유리의 노래에 제시카는 얼굴이 빨개진다.



거실에선 저녁준비를 하는 다른 멤버와 달리 혼자 티비를 보고 효연이가 보인다. 채널은 SBS. 스타킹을 보고 있다.

"무한도전을 틀라고 바보야..." 작게 중얼거리는 제시카.

자신은 TV를 보고 있지 않지만 강호동의 오버리엑션이 점점 귀에 거슬린다.


"저기, 다른거 보ㅈ.." 



우우웅~



그 순간 익숙한 진동음과 동시에, 휴대폰 액정에 문자메세지가 떴다.



[당연히 무한도전 보고 있겠지? -악마-]



"어이 제시카, 뭐라고???"

"어..어? 아무것도 아니야"

휴대폰을 들고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가는 제시카.

얼마만의 문자일까, 지난주 무도에서 듀엣가요제가 방송된후 꼬박 일주일 만의 문자다.


"아...뭐라고 답장을 하지..? 뭐라고 해야 좋을까 힝 ㅠㅠ"


5분동안 변기에 앉아 문자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소녀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이기 까지 했다.


[당연히 재밌게 보고 있어요! 다른 멤버들도 오빠 너무 웃기다고 하던걸요 ^^]


확인버튼 앞에서 까딱까딱 거리며 고민하고 있는 그녀의 희고 가녀린 손가락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후..."


답장을 보내고 안도하던 제시카는 화장실 거울에 비추는 자신의 얼굴을 발견했다.

제시카는 웃고 있었다.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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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미 2009. 8. 14.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