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을 갔다온지 한달도 채 되지않아 이번엔 대학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어디 갈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주동자라 할 수 있는 저와 한 친구(이하 A)에 의해 제주도를 자전거로 도는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죠.그런데 남은 한 친구(이하 B)가 문제였죠. 왜냐하면 B는 자전거 초보였거든요. 이 여행을 떠나기 2주전에 급하게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전 그래서 걱정을 했지만 A가 '어쨌든 자전거를 탈 줄 아니까 괜찮을거다'고 해서 그냥 강행했습니다. 그리하여 7월 31일부터 8월 3일 4일간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주도로 가기 위해 온 김해공항입니다. 배가 싸고 좋지만 배는 표가 없더군요... 대체 왜 부산-제주도 배편은 느린배로 단 한척뿐일까요?

아무튼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전 잘 몰랐는데 제주도를 자전거로 한바퀴 도는걸 지원해주는 가게가 많더군요. 제 경우엔 제주하이킹이란 곳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자전거는 물론이고, 헬멧, 모자, 우비 등의 보호구와 지도, 여행일정까지 전반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더군요.

제주하이킹 앞 도로모습입니다. 출처 : 다음 로드뷰


자, 여기서부터 출발을 하죠. 우선 시계방향vs반시계방향을 결정해야하고, 주로 탈 도로를 선택해야합니다. 보통 일주도로라 불리는 1132번 도로를 타는게 기본이고, 여기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해안도로나 기타 관광지로 빠지는 것이죠.

첫날 이동거리 : 약 32km. 이하 지도의 출처는 네이버 지도.


첫날 저희가 이동한 경로입니다. 여행상담과 함께 받은 지도에서 딱히 가볼만한 관광지도 안 보여서 그냥 숙소까지 다이렉트로 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된 문제가 터졌습니다. 앞서말한 친구 B의 자전거 실력이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첫날부터 두번이나 사고로 죽을뻔했어요. 그 중 한번은 멀쩡히 자전거 도로를 잘 달리다가 균형을 잃고 차도로 개돌했을때인데 차도에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어휴 정말... 덕분에 저와 A는 'B때문에 여행이 끝장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야 했죠.

그렇게 불안불안하면서도 정말 느리게 일주도로를 달리다가 목표로 한 숙소근처에서는 해안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첫날에 볼 관광지가 없긴 했지만 자전거만 죽어라 타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지요. 해안도로는 풍경도 좋고, 바다바람이 불어 시원하기도 했으며, 길도 좋은데다가 결정적으로 차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 초보 B도 그곳에서 만큼은 편하게 달릴수 있었죠. 다만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그만큼 달리는 거리가 길어졌고 그래서 결국 B는 마지막에 걸어와야했습니다.

그래서 위 지도에서는 2시간 거리라고 나온 거리를 장장 4시간에 거쳐 달려야 했죠. 쉬는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오래걸렸습니다. 여기서 자전거일주는 첫경험인 저희들은 '이래서 다 돌 수 있을까?'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그 덕에 이후 여행이 정말 밋밋해지는 결과를 낳게되었죠.

개고생한 친구 B. B 덕분에 A와 저는 정신적인 피로가 장난이 아니긴했지만 어쨌든 육체적으로 가장 고생한건 B이지요. 그 B의 주장으로 삼겹살을 2근을 저녁 한끼동안 처리해야 했습니다. 모두 다 피곤한 상태이긴 했지만 2근이라니... 포식은 했지만 밥은 그다지 못 먹었네요.

민박이야기 - 첫날 숙소는 협재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강원민박이라는 곳입니다. '제주하이킹'과의 연계가 되어있어서인지 자전거가 많이 서있더군요. 음 하지만 시설은 그다지 좋진 않았습니다. 주방이 하나밖에 없는데다가 없는 물품이 많아서 고생했습니다. 주방과 붙은 방을 저희가 차지한 덕에 저흰 편했지만, 그 대신 다른 사람들이 저희 방 앞을 왔다갔다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죠. 그리고 프라이팬이 없어서 고기를 큰 냄비에다 구워야 했습니다. 고기가 바닥에 쩍쩍 달라붙어서 고생했네요. 씻는곳도 찬물이 나오지 않아서 그야말로 안습.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 (아마)손자의 마음씀씀이(?)는 훈훈해서 좋았지만 역시 시설이 좀... 3인 기준 3만원이었습니다.
by 치미 2009. 8. 10.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