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




"수고하셨습니다~!"


"어어~ 시카씨, 수고했어!"






『 여름 동안의 장마처럼 』


『 아주 잠깐의 유행처럼 』


『 그렇게 저는 당신의 기억속에 잠깐의 추억으로 남아있을까요..? 』






"어후, 6시 30분까진데, 이렇게 가다간 늦겠네ㅡ"


"천천히 가요 오빠. 어차피 빨리 가도 기자들이 많아서 들어가기도 힘들거 같은데요 뭘.. "






『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당신은 내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 이었을지도 몰라요... 』








"으아아아ㅡ 역시나 기자들이 떼로 몰려있구만. 동해 있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시카야, 어쩔 수 없다. 정면돌파다!"





"어! 저기, 제시카다!"


"제시카다!!"


"제시카씨! 2년만의 컴백인데 소감이 어떠세요?!"


"제시카씨! 9명의 소녀시대 다시 뭉치는 모습을 볼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빨리 가봐야 해요~!"



"어이!거기! 길 좀 비켜줘요!!"


"제시카씨! 최근에 난 열애설은 사실입니까?!"

  

   "....."



"제시카씨! 한말씀만 해주세요!!!"


"제시카씨!!"







『 10년이나 지난 지금... 저는 그때보다 조금이라도 성숙해졌을까요? 』


『 그때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












"시카야, 수고했다! 진짜 최고의 컴백무대였어!"



"아니에요~ 오빠가 더 고생했죠 뭘.. 근데 그 손에 들려있는 건 뭐에요.?"



"아, 이거? 금단의 사랑이라고 연애소설. 며칠전 서점에서 산건데, 별로 재미없어ㅡ"







  " 읽어볼래...? "











지난날의 추억을 통째로 되돌아 본듯한 기분.








닫혀버렸던 감정의 회로가 연결되어 알수 없는 야릇한 느낌이 그녀의 온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이거... 작가가 누구에요?"


"응? 몰라. 거기 써 있겠지. 근데 그거 진짜 읽고 있었어? 재미없다니깐..."










놓치고 싶지 않은 끈을 잡은듯 그녀는 소설의 작가를 찾아 헤맸다.



"1월 24일.. 교보문고 금단사 작가 싸인회..."








『 지금 내가 찾고 있는건 사랑인걸까요..? 단지 지난날의 추억인걸까요...? 』













1월 24일. 흰 눈이 내리는 날



커다란 빌딩의 지하1층 구석에 마련된 책상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 있어 흰눈을 뒤집어 쓴듯 보이는 그는 무엇인가 굉장히 열중해 쓰고 있었다.





"팬싸인회? 어떤 책 쓰셨는데요?"



"아, 여기 이쪽에 있는 책입니다. 연애소설이에요."





연애소설이란 말에 물어보던 사람이 관심없다는듯 사라지자, 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쓰는데 열중했다.


이미 오후 8시가 넘어간 시각. 하지만 누가 봐도 오늘 그는 한장의 싸인도 해주지 못한것처럼 보였다.






"후우, 이제 그만 갈까?"



손에 쥐었던 팬을 놓고 고개를 든 그는 순간, 그는 앞에 어떤 여성이 서 있다는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글쓰는데 열중해서..."



그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한참 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밖에 눈이 쌓이는 소리가 그의 귀에까지 들리는듯 했다.









[ 나는 너한테 지독하게 촌스러웠던 아주 잠깐 동안의 유행이었던거야 ]



"이 구절은 너무 겉멋든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쓴거 아닌가요?"










"... 그런가요..."







"제가 여자주인공이었다면 지독하게 촌스러웠던 유행은 아니었을 거에요. 분명..."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돌아섰다.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멋쩍게 웃고 있었다.

저에요... 아저씨...






by 치미 2009. 8. 14. 03:05

"어이! 커피좀 뽑아와!"


"여기있던 고데기 어디갔아요?!"


"야 니들 빨랑 인순이 선배님한테 인사하러 안가?!"



공연준비로 시끌벅적한 대기실. 말쑥한 차림을 한 남자가 주변을 기웃거린다.

어수룩한 그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관계자는 아니었다.




"당신 뭐요?"


관계자로 보이는듯한 남자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 저..저는 쿠기뉴스 기자인데, 제..제시카씨와 인터뷰 좀 할 수.."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오쇼!"


기자는 관계자의 등쌀에 떠밀려 밖으로 나왔다.






"아... 명카드라이브 마지막 공연에 제시카 인터뷰면 핫이슈감인데..."




최근까지 듀엣결성 계획이 잡혀있던 명카드라이브가 오늘로써 마지막 공연을 한다는 갑작스런 발표에 공연장에는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배경에 혹시 둘이 레스토랑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는 소문과 관련이 있는건 아닐지, 많은 기자들이 냄새를 맡은것이다.






"후.. 기왕 이렇게 된거 공연이나 볼까?"





공연장 안. 


아직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여기저기 "냉면"과 "명카드라이브"라는 플랜카드를 든 팬들이 크게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잠시후 무대의 조명이 켜졌고 익숙한 전자음과 함께 명카드라이브가 등장했다.


공연이 시작됐다.


관객들은 아까의 환호성은 장난이었다고 말하는것처럼 엄청난 호응을 내줬고,


명카드라이브도 지금까지와는 상반되는 척척 들어맞는 호흡으로 관객에게 화답했다.



특히 제시카에게선 전과는 무언가 다른 여유로움이 보이고 있었다.




환상적인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함성과 함께 박수 갈채를 보내줬다.


넋을 놓고 보고 있던 조기자도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이제는 진짜 끝인가..?"



아이돌을 좋아할 나이는 아니지만 마음한켠 어딘가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둘러 공연장을 빠져나와 사진을 찍기위해 주변을 배회하던 그는 무엇인가 목격했다.





"제..시카?"


그의 눈에 공연이 끝나고 다른 스케쥴에 쫓겨 급한듯 비상계단으로 내려오고 있는 제시카의 모습이 보였다.







"저.. 저기! 제시카양!! 인터뷰 좀...!!!"



제시카는 가던 길을 멈춰서고 그가 있는 쪽을 쳐다 봤다.





"며..명카 드라이브가 오늘로써 활동을 중단한다는게 사실인가요?"




"...네"


제시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왜.. 왜 이렇게 활동을 일찍 접는 거죠?"




"......"




"저기... 활동 중단이 두분이 함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는 소문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일단 함께 레스토랑에 갔다는건 사실인가요?"






"... 아주 잠깐의 유행같은 거니까요..."




"네?"







제시카는 서둘러 자리를 떴고, 기자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유행???" 


그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냉면이 너무 떠서 말도 안되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는 말인가..?"





"....."







그러곤 혼자 작게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애휴, 하긴 나이 차이가 그렇게 나는데 뭔일이 있었을라고.. 별일 아닌가 보네..."






순간,



그는 왠지 아까 제시카의 얼굴에서 미소를 본것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곧 잊어버렸다.


아주 잠깐 동안의 유행처럼...








http://gallog.dcinside.com/ghrkdtls/21113272516
by 치미 2009. 8. 14. 02:59

"그것때문에 저를 레스토랑으로 부르신건가요?"


그는 대답이 없었다.


"오빠한테 저는 그런 존재인가요?"




"만나자.."


"네?"


"지금 만나자. 저번에 그 장소로 나와"


"뚜..뚜...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를 끊으니 옆에서 티파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시카야, 너 설마.."



제시카는 재빨리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의 빠른 발걸음. 그리고 굳게 다문 입술이 무엇인가 다짐을 했음을 보여주는듯 했다.








약속한 장소.



그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도착한 제시카도 벤치에 앉았다.


둘은 벤치의 양쪽 끝에 앉아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미안하다"


"..."



"너를 돈때문에 이용하려는 생각은 없었어. 네가 내 딸같고 친구 같아서...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던ㄱ..."


순간 그는 그의 왼팔에 스치는 부드러운 살결과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그녀는 어느새 그의 옆에 와 있었다.







"저, 오빠 좋아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녀의 향기로운 샴푸냄새와 따뜻한 온기가 그의 몸을 휘감아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게


'단지 지금 이대로...'

 
'지금 이대로 계속 있고 싶다...'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






"냉면이 말이야..."


"네?"


"냉면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거라고 생각해?"



오랜 침묵을 깨고 그가 한 말에 제시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생각하기엔 딱 한달. 아니 한달도 못갈거야.."


그는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원래 유행이라는게 그런거거든. 잠깐 열광했었다가 얼마 못가 금세 질려서 바로 잊어버리지."



"그렇다고 그것이 의미없는 일은 절대 아니야.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아른아른한 추억으로 남게되지."



"내가 저런것을 좋아했었구나.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되는것들도 참 많아.."


제시카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너한테 지독하게 촌스러웠던 아주 잠깐 동안의 유행이었던거야.."








그는 벤치를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그냥 그걸로 만족할게.."



"...."






"밤이 되니까 날씨가 많이 춥다! 빨리 들어가라.."


그가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조용한 밤거리에 울려퍼진다.








소녀는 벤치에 혼자 남아, 조용히 아주 조용히 울고 있었다.



http://gallog.dcinside.com/ghrkdtls/28658211957
by 치미 2009. 8. 14. 02:54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태호야, 오늘 뭐한다고?"


"아니, 이 형은 왜 계속 물어봐? 오늘 듀엣 가요제한다고!"



듀엣가요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때부터 내 생각은 하나였다.

요즘 인기있는 아이돌과 엮어서 한번 대박 내보자는 생각.



제시카를 처음 찾아가 부탁했을때 혼쾌히 승낙해줄것이라 생각했는데, 뜸을 들이는것을 보고 약간 기분이 상했다.

요즘 젊은애들 싸가지 없는거야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물론 그런것보다 내게는 개그로 써먹을수 있는 소스를 만드는게 더 중요했다.







결국 제시카와 팀을 짤수 있었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명수씨, 여기는 냉면을 먹듯이 손을 이렇게 올리고, 쓰읍~하아 쓰읍~하아"


나이 40에 이렇게 빠른곡에 춤까지 춰야한다니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아이고, 좀 쉬었다 합시다..아이고"


내가 힘들어 퍼질러 있을때면 항상 느닷없이 제시카가 찾아왔다.




"왜 연습안하시고 누워계시는거에요! 이렇게해서 1등할 수 있겠어요?! 빨리 일어나세요!"


그렇게 옆에 와서 쫑알쫑알 거리면 다시 일어나서 연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 소녀는 나에게 자양강장제 같은 역할을 해줬는지도 모른다.





"시카야, 걱정하지마라. 내가 꼭 일등시켜줄게. 오빠만 믿어"


어쩌다 이렇게 장난스럽게 말을 걸면 소녀는 차갑게 대답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어요"


애늙은이 같은 말에 약간 어리둥절 했지만, 사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회 당일.




"아이고, 이것도 대회라고 떨리긴 떨린다 야..."


따뜻한 위로를 기대하고 건넨 말은 아니었다.






"너무 긴장하지마요... 수상이 중요한가요? 이렇게 좋은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게 중요한거요!"

"자, 힘내요.. 화이팅!"


그녀는 나를 위로해줬다.

나는 순간 깨달았다. 



이 아이는 나와 같다.

상처받는것이 두려워 먼저 가시를 세운다.

하지만 가시속의 그녀는 너무나도 여리고 너무나도 착한 소녀였던 것이다.



나는 그 소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랑?

아니다. 

사랑이라기 보단 굳이 따지자면 부모가 자식에게 느끼는 감정에 가까웠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이고, 시카야 미안하다. 나 때문에 바쁜사람들 모셔놓고.. 애휴"


"괜찮아요 ^^"


"다들 끝났는데, 회식하러 가자! 갈비 어때?!"


"갈비?! 아 맞다. 나 내일 패떳 촬영있어서 먼저 갈게"


"재..재석아!"





"저도 내일 스케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그래.. 나중에 보자..!"


그 뒤로 한동안 제시카와는 연락할 수 없었다.







며칠 뒤 이수만 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시카와 듀엣을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안합니다. 대회때도 저 때문에 시카양을 비롯한 여러분들 고생시켰고, 또 불우이웃을 돕는 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을 상업적인일로 매듭짓고 싶진 않네요"





단칼에 거절했지만 제시카와 이대로 연락이 끊어지기는 아쉬웠다.


만날 구실이 필요했다. 


제시카에게 친한 개그맨 후배를 소개시켜주기로 마음먹었다.


제시카에게 먼저 문자를 보내 약속을 잡고 후배에게도 연락을 했다.


괜한 오해 생기는게 싫어서 여기저기 소문도 내고 다녔다.



"이번에 후배 G군하고 제시카하고 만나보게 해주려고.. "

"G군?"

"어, G가 그렇게 제시카를 만나고 싶다고 난리야. 아주 곤란해 미칠지경이다"

"G군 걔 소문이 안좋던데.. 남의 차 막 훔쳐타고 다닌다던데?"



결국 G군은 약속 당일날 아침 벤츠를 훔쳐타다가 걸려 조사를 받으러 갔다.





나는 안절부절해 있었다.


G군이 잡힌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나 혼자 만나러 가야 되나? 그러다 괜한 오해사면 어떻게 하지? 나야 그렇다치고 제시카는? 설마 내 나이에 스캔들이 날까?'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결국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레스토랑에서 만난 제시카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무슨 안좋은일 있나? 아니면 나를 만난게 싫은거야?'



잠시뒤 그녀는 화장실에 다녀왔고,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보였다.


제시카는 요리를 얼마 먹지도 않못하고, 스케쥴 때문에 금방 나가 버렸다.





'지켜주고 싶다'


'만나고 싶다'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나의 이런 복합적인 감정의 폭풍은 제시카 얼굴의 눈물자국을 봤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감정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내 감정을 내가 주체할수 없었다.




"여보세요, 사장님? 저, 하겠습니다. 듀엣 하겠습니다."



http://gallog.dcinside.com/ghrkdtls/27421181677
by 치미 2009. 8. 14. 02:52

"냉면이 이렇게 까지 대박칠줄 난 몰랐거든. 허허"

재떨이에 담배를 털며 그가 말한다. 안경위로 올려다보는 날카로운 눈매는 마치 내 모든것을 꿰뚫고 있다고 말하는듯 하다.


"냉면으로 시카 너의 그 차가운 이미지도 분명히 많이 순화됐을꺼야. 분명히!"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건데요?"

제시카는 그의 기에 눌리기 싫어서 일부러 강하게 맞부딪쳤다.



"그러니까 말이야.. 시카야 너 솔로활동 하고 싶은 마음없어? 태연이도 솔로 활동했고, 윤아도 연기활동 꾸준히 하고 있고..."


"네?"


"아니, 뭐 말이 솔로활동이지. 박명수랑 같이하면 듀엣이지."


"...."


"한번 잘생각해봐. 명수한테는 이미 며칠전에 얘기해뒀어."


"뭐라고 하던가요..."
제시카가 나지막하게 얘기했다.



"응?"


"명수오빠 말이에요. 뭐라고 하던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명수야 당연히 좋다고 하지."


제시카는 자신이 그의 어떤 대답을 듣고 싶었던것일지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어떤 대답이라도 자신의 마음은 편할 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싫어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정말로 다행이라고...  가슴 깊숙히 피어오르는 생각을 묻고 또 묻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는 제시카의 등뒤에서 이수만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리고 그 소문 신경쓰지마. 내가 언플 좀 하지. 뭐 둘의 나이차라면 따로 손쓸일도 없을것 같지만 말야. 큭큭"

이수만 사장의 그 말은 제시카와 박명수 사이의 현실의 벽을 적나라하게 꼬집어놓아서 제시카의 마음을 더욱 후벼팠다.









다음날 소녀시대 숙소.



"시카야~ 뭐해? 헤헤헤"
침대에 풀이 죽어 누워있는 제시카에게 티파니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시카야~ 그런 헛소문 신경쓰지마~ 누가 너같이 예쁜애랑 박명수같은 아저씨랑 무슨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겠냐~"


"..."


"시카야~아~아~"






우우웅~




"어, 전화왔네? 박명수 아저씨다! 내가 받아서 혼내줄까?!"


제시카는 말없이 휴대폰을 빼앗았다.



"후우..."

그리곤 차분히 한번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그래.. 시카야, 오빠야. 잘지냈지?"

오늘따라 그의 목소리가 더 자상하게 들린다.



"다른게 아니라, 사장님한테 얘기는 들었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며..? 야, 잘 부탁한다. 내가 저번에 레스토랑 가서 맛있는거 사줬잖아, 허허... 우리 한번 해보자!"






제시카는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때문에..."




"응..?"







"그것 때문에 저를 레스토랑으로 부르신건가요?"



http://gallog.dcinside.com/ghrkdtls/26184151398
by 치미 2009. 8. 14. 02:51

"야!야! 어 어제 그얘기 들었어? 소녀시대 제시카랑 박명수랑 밤에 레스토랑에서 만났데!!"

"진짜? 둘이 냉면 같이 부르더니 그렇고 그런사이 된거 아니야?"

"야 내가 태연이한테 물어볼게 병신들아. 내가 물어보면 한방에 끝나. 라디오도 같이함"


sm 슈퍼주니어 연습실. 지난밤 제시카와 박명수가 만난 소문은 이곳으로 까지 번져왔다.


"어, 태연이 왜 전화 안받지..?"

"형 또 어장관리 당하는거 아니에요?"

"뭐 이 돼지새ㄲ.."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 안녕하세요? 오빠들"

제시카였다.

제시카는 소문이 도는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평소와 다를게 없었다.



"야..니가 물어봐"

"형이 물어봐요"

슈퍼쥬니어 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와보라고 씨빨!"

인파 사이에서 감탄사를 내뱉으며 동해가 나섰다.


"시카야. 너 박명수랑 만났다는게 사실이야 씨빨?"

"네?"
"아 그거 명수오빠가 냉면 대박나서 고맙다고 명수오빠 가족분들이랑 같이 식사한거에요. ^^ 벌써 그런 소문이 도는구나.. 곤란한데;;"


"아..역시 그런거지 시카야? 씨빨. 그럴줄 알았다 씨빨."


별일 아니라는듯 얘기하는 시카를 보고 안도해서 감탄사를 내뱉는 동해. 

하지만 그런 시카의 당당한 모습에 어딘지 모를 쓸쓸함이 감춰져 있다는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이, 제시카! 이수만 사장님이 부르신다."



http://gallog.dcinside.com/ghrkdtls/24947121118
by 치미 2009. 8. 14. 02:49

아저씨는 날 기억 못 하는 걸까...


----------------------------------------------------------------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다섯개의 선풍기보다도, 최신식 에어컨보다도 소녀의 곱고 하얀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소녀는 바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



2009년 7월 26일 일요일. 오후 10시


모든 사람들이 꿀맛 같았던 휴일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잠자리를 청하고 있을 시간에

제시카는 한 번화가의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있다.

연예인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수수한 옷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 쓴 차림새였지만 멀리서 봐도 흐르는 귀티는 감출수가 없다.

제시카는 남자종업원들이 수근거리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어젯밤의 문자를 몇번이고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시카야, 혹시 내일 시간되면 레스토랑에서 밥 같이 먹을래?]


"킥..킥ㅋ"

몇번이고 본 문자지만, 다시 봐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젯밤은 제시카에겐 마치 꿈같은 날이었다.

일주일만에 그에게서 문자를 받은데다가, 방송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의 첫 맞남 약속까지 잡았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설레여 밤잠까지 설쳤던 제시카지만, 자신이 왜 그렇게 기뻐하는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저기, 손님 무엇을 시키겠습니까?"

"아, 저기 일행이 곧 올거에요..!"


문자를 보는데 몰입해서 종업원이 다가오는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제시카는, 자신의 신분이 들킬까봐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다.



순간 제시카의 시야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어이 명시카! 제시카!"


소녀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자신이 연예인 신분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여기에요! 오빠!"


그 외침에 이 가녀리고 아릿다운 소녀가 아이돌 스타라는것을 들키는것은 시간문제였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제시카의 환하게 웃던 표정은 점차 굳어져갔다.



"아이고, 여기까지 오는데 차가 막혀서 말이야.. 그 동안 잘 지냈지?"


"아참. 이쪽은 내 아내야. 그리고 이쪽은 내 사랑하는 민서! 봐봐 귀엽지?!"




이미 제시카의 머릿속은 백지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그의 문자에서 "단둘이" 만난다는 내용은 없었다. 

아니, 이런 컴컴한 밤에 고급레스토랑에서 남녀가 단둘이 만난다는 생각을 하는것 자체가 이상한것이었다.

그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다.


"저,,저기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도망치듯 빠져나와 화장실로 간 그녀는 자신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자신이 그를 사랑한다는것도 깨닫게 되었다.
by 치미 2009. 8. 14. 02:46

2009년 7월 25일 토요일, 소녀시대의 숙소


저녁준비를 하는 소리에 밖은 시끄럽다.

뭐가 그리 좋은지 다른 멤버들은 왁자지껄 즐겁게 떠들고 있다.


숙소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체 어두컴컴한 방안에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있는 한 소녀.

금발에 이국적인 외모, 누가 봐도 귀공녀 스타일인 그녀는 9명의 소녀들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소녀였다.

그녀는 무엇인가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시카야, 뭐해?"

누군가 방안에 몰래 들어와 이불을 확 들추며 말한다.

어두운 방안이지만 살짝 열린 문틈사이로 비추는 빛에 색기 넘치는 몸매가 드러난다.

"어, 유리야.."

12명의 소녀중 가장 색기가 넘치는 유리는, 데뷔전부터 소녀시대 멤버중 유독 제시카에게 들이대곤 했다.


"DMB보고 있었어^^?"

제시카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물건은 어느세 유리의 손에 들려 있었다.


"무한도전이네~ 명수오빠 진짜 웃긴다 ㅋㅋ 얼굴봐 ㅋㅋ 정말 하늘이 주신 개그맨이야 ㅋㅋ"


고양이 같은 유리의 웃음. 제시카는 왠지 자신을 놀리는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뭔가 불편하다.

"됐어, 이리줘"

핸드폰을 다시 빼았고는 태연한척 거실로 향하는 제시카.


"왜그래! 명수오빠랑 같이 냉면 불렀다고 그새 정든거야?! 차가워 너무나~ 속이 시려~ 너무나 이빨이 너무 시려! 냉면!냉면!냉면!"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유리의 노래에 제시카는 얼굴이 빨개진다.



거실에선 저녁준비를 하는 다른 멤버와 달리 혼자 티비를 보고 효연이가 보인다. 채널은 SBS. 스타킹을 보고 있다.

"무한도전을 틀라고 바보야..." 작게 중얼거리는 제시카.

자신은 TV를 보고 있지 않지만 강호동의 오버리엑션이 점점 귀에 거슬린다.


"저기, 다른거 보ㅈ.." 



우우웅~



그 순간 익숙한 진동음과 동시에, 휴대폰 액정에 문자메세지가 떴다.



[당연히 무한도전 보고 있겠지? -악마-]



"어이 제시카, 뭐라고???"

"어..어? 아무것도 아니야"

휴대폰을 들고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가는 제시카.

얼마만의 문자일까, 지난주 무도에서 듀엣가요제가 방송된후 꼬박 일주일 만의 문자다.


"아...뭐라고 답장을 하지..? 뭐라고 해야 좋을까 힝 ㅠㅠ"


5분동안 변기에 앉아 문자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소녀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이기 까지 했다.


[당연히 재밌게 보고 있어요! 다른 멤버들도 오빠 너무 웃기다고 하던걸요 ^^]


확인버튼 앞에서 까딱까딱 거리며 고민하고 있는 그녀의 희고 가녀린 손가락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후..."


답장을 보내고 안도하던 제시카는 화장실 거울에 비추는 자신의 얼굴을 발견했다.

제시카는 웃고 있었다.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http://gallog.dcinside.com/ghrkdtls/2247365592
by 치미 2009. 8. 14. 02:44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