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지훈 : 얘들아 요번에 새로 이적한 이제동이다. 잘 알지? 친하게 지내

박찬수 : 제동아 환영한다. 우리 같은 이적생끼리 의기투합해서 열심히 해보자

박지수 : 제동아 오랜만이야. 여긴 화승하고는 다르게 연습시간에 부종이나 유즈맵 해도 되서 정말 마음이 편해 ㅋㅋ 

좆제동 : 정말?

박찬수 : 그럼. 그런 의미에서 우리 드라군 1000부대 막기 할까?

좆제동 : 좋아!



이영호 : 좆제동 씹새끼야 저새끼들이랑 놀지 말라고




삼성

김가을 : 얘들아 새로 이적해온 이제동이다. 잘 알지? 친하게 지내

송병구 : 야 너 직업 뭐할래

좆제동 : ?

허영무 : 사냥꾼이 초보자가 하기에는 좋아. 솔로잉도 빠르고 ㅎㅎ

이성은 : 도적이랑 마법사는 안하는게 좋아. 내가 병구 충고 무시하고 도적 키웠다가 만렙찍고 레이드도 못가고 있다 시발..

송병구 : 10렙되면 20칸 가방 4개, 20렙되면 말, 40렙되면 천골마, 60렙되면 느린새 사준다. 어때

김가을 : 어느 팀을 가도 이런 대우는 없을껄? 제동아 삼성으로 오길 잘했지?

좆제동 : ...




위메이드

김양중 : 얘들아 오늘부로 새로 합류하게 된 이제동이다. 친하게 지내도록

안기효 : 제동아 니가 케스파랭킹 1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팀은 스타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

그와 동시에 티셔츠를 내미는 안기효 

좆제동 : 이건 무슨..?

벼좆달 : 뭐긴뭐야 병신아 아발론 티셔츠지. 비싼 연봉 받고 왔으면 행사 뛰는건 당연한거 아냐?

김양중 : 제동아 일단 그 티셔츠 입고 저기 쟤한테 어떻게 해야되는지 잘 배워

장재호 : 신입인가




공군


유성렬 : 전투기 판돈 떼어다가 새로 영입한 이제동이다. 다들 잘 알고 있을거라 본다. 너무 괴롭히지는 말도록

좆제동 : 이병 ! 이! 제! 동!

오영종 : 제동아 환영한다. 군대는 힘든곳이야

이주영 : 내가 곧 제대하는데 적절하게 저그카드가 새로 들어왔군 ㅎㅎ 잘해봐

좆제동 : 넵! (ㅎㅎ 생각보다 선임들이 안괴롭히는데?)

박정석 : 야 신입. 춤춰봐

좆제동 : 넵! (이정도는 예상한바.. 그럴줄 알고 내 파괴토닉을 더욱 갈고닦았지..) 샥샥샥

박정석 : 그 춤말고

좆제동 : ??

홍진호 : ...




MBCgame 히어로

하태기 : 오늘부터 함께 생활하게 된 이제동이다. 친하게 지내라

염보성 : 제동아  ㅋㅋ 우리 같은 성지고 동문이잖아 ㅋㅋ 잘해보자

좆제동 : 보성아 오랜만이다 ㅎㅎ

서경종 : 방해해서 미안한데, 이게 이제동 니 요번주 스케쥴이야

좆제동 : 어디 보자..응? 이건 뭐하는 거야? 좌충우돌 외인구단?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스타무한도전 녹화? 게임은 언제해?

박지호 : 거기서도 게임 할수 있어 시발아 신입새끼가 말 존나많네

서경종 : 야 너 이연희랑 통화해봤다메? 난 슈쥬 규현이랑 친구야 씹새끼야 좆도 안되는 새끼가 ㅋㅋ 전화연결 시켜줄까?

좆제동 : ...



http://gallog.dcinside.com/stork85/1180743836187615101004

근데 현실은 오퍼팀 없어서 좆승복귀 or 은퇴 ㅅㅂ

개시팔 씹새끼들의 병신력이야 이전부터 좆같았지만 이스포츠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좆승의 위엄도 장난이 아니네... 이제동도 화승가고싶다고 언플질해서 결국 이 일을 자초한 꼴이 됐고 ㅅㅂ

이딴걸 '스포츠'라고... 걍 망해라 시발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general&ctg=news&mod=read&office_id=109&article_id=0002046556

추측과는 달리 화승에서 꽤나 괜찮은 조건을 제시하긴 했군요.

뭐, 그렇다고해도 현상황이 절대 좋은상황은 아니지만...

++) 원문링크 수정
by 치미 2009. 8. 26. 02:35
『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




"수고하셨습니다~!"


"어어~ 시카씨, 수고했어!"






『 여름 동안의 장마처럼 』


『 아주 잠깐의 유행처럼 』


『 그렇게 저는 당신의 기억속에 잠깐의 추억으로 남아있을까요..? 』






"어후, 6시 30분까진데, 이렇게 가다간 늦겠네ㅡ"


"천천히 가요 오빠. 어차피 빨리 가도 기자들이 많아서 들어가기도 힘들거 같은데요 뭘.. "






『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당신은 내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 이었을지도 몰라요... 』








"으아아아ㅡ 역시나 기자들이 떼로 몰려있구만. 동해 있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시카야, 어쩔 수 없다. 정면돌파다!"





"어! 저기, 제시카다!"


"제시카다!!"


"제시카씨! 2년만의 컴백인데 소감이 어떠세요?!"


"제시카씨! 9명의 소녀시대 다시 뭉치는 모습을 볼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빨리 가봐야 해요~!"



"어이!거기! 길 좀 비켜줘요!!"


"제시카씨! 최근에 난 열애설은 사실입니까?!"

  

   "....."



"제시카씨! 한말씀만 해주세요!!!"


"제시카씨!!"







『 10년이나 지난 지금... 저는 그때보다 조금이라도 성숙해졌을까요? 』


『 그때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












"시카야, 수고했다! 진짜 최고의 컴백무대였어!"



"아니에요~ 오빠가 더 고생했죠 뭘.. 근데 그 손에 들려있는 건 뭐에요.?"



"아, 이거? 금단의 사랑이라고 연애소설. 며칠전 서점에서 산건데, 별로 재미없어ㅡ"







  " 읽어볼래...? "











지난날의 추억을 통째로 되돌아 본듯한 기분.








닫혀버렸던 감정의 회로가 연결되어 알수 없는 야릇한 느낌이 그녀의 온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이거... 작가가 누구에요?"


"응? 몰라. 거기 써 있겠지. 근데 그거 진짜 읽고 있었어? 재미없다니깐..."










놓치고 싶지 않은 끈을 잡은듯 그녀는 소설의 작가를 찾아 헤맸다.



"1월 24일.. 교보문고 금단사 작가 싸인회..."








『 지금 내가 찾고 있는건 사랑인걸까요..? 단지 지난날의 추억인걸까요...? 』













1월 24일. 흰 눈이 내리는 날



커다란 빌딩의 지하1층 구석에 마련된 책상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 있어 흰눈을 뒤집어 쓴듯 보이는 그는 무엇인가 굉장히 열중해 쓰고 있었다.





"팬싸인회? 어떤 책 쓰셨는데요?"



"아, 여기 이쪽에 있는 책입니다. 연애소설이에요."





연애소설이란 말에 물어보던 사람이 관심없다는듯 사라지자, 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쓰는데 열중했다.


이미 오후 8시가 넘어간 시각. 하지만 누가 봐도 오늘 그는 한장의 싸인도 해주지 못한것처럼 보였다.






"후우, 이제 그만 갈까?"



손에 쥐었던 팬을 놓고 고개를 든 그는 순간, 그는 앞에 어떤 여성이 서 있다는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글쓰는데 열중해서..."



그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한참 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밖에 눈이 쌓이는 소리가 그의 귀에까지 들리는듯 했다.









[ 나는 너한테 지독하게 촌스러웠던 아주 잠깐 동안의 유행이었던거야 ]



"이 구절은 너무 겉멋든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쓴거 아닌가요?"










"... 그런가요..."







"제가 여자주인공이었다면 지독하게 촌스러웠던 유행은 아니었을 거에요. 분명..."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돌아섰다.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멋쩍게 웃고 있었다.

저에요... 아저씨...






by 치미 2009. 8. 14. 03:05

"어이! 커피좀 뽑아와!"


"여기있던 고데기 어디갔아요?!"


"야 니들 빨랑 인순이 선배님한테 인사하러 안가?!"



공연준비로 시끌벅적한 대기실. 말쑥한 차림을 한 남자가 주변을 기웃거린다.

어수룩한 그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관계자는 아니었다.




"당신 뭐요?"


관계자로 보이는듯한 남자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 저..저는 쿠기뉴스 기자인데, 제..제시카씨와 인터뷰 좀 할 수.."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오쇼!"


기자는 관계자의 등쌀에 떠밀려 밖으로 나왔다.






"아... 명카드라이브 마지막 공연에 제시카 인터뷰면 핫이슈감인데..."




최근까지 듀엣결성 계획이 잡혀있던 명카드라이브가 오늘로써 마지막 공연을 한다는 갑작스런 발표에 공연장에는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배경에 혹시 둘이 레스토랑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는 소문과 관련이 있는건 아닐지, 많은 기자들이 냄새를 맡은것이다.






"후.. 기왕 이렇게 된거 공연이나 볼까?"





공연장 안. 


아직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여기저기 "냉면"과 "명카드라이브"라는 플랜카드를 든 팬들이 크게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잠시후 무대의 조명이 켜졌고 익숙한 전자음과 함께 명카드라이브가 등장했다.


공연이 시작됐다.


관객들은 아까의 환호성은 장난이었다고 말하는것처럼 엄청난 호응을 내줬고,


명카드라이브도 지금까지와는 상반되는 척척 들어맞는 호흡으로 관객에게 화답했다.



특히 제시카에게선 전과는 무언가 다른 여유로움이 보이고 있었다.




환상적인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함성과 함께 박수 갈채를 보내줬다.


넋을 놓고 보고 있던 조기자도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이제는 진짜 끝인가..?"



아이돌을 좋아할 나이는 아니지만 마음한켠 어딘가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둘러 공연장을 빠져나와 사진을 찍기위해 주변을 배회하던 그는 무엇인가 목격했다.





"제..시카?"


그의 눈에 공연이 끝나고 다른 스케쥴에 쫓겨 급한듯 비상계단으로 내려오고 있는 제시카의 모습이 보였다.







"저.. 저기! 제시카양!! 인터뷰 좀...!!!"



제시카는 가던 길을 멈춰서고 그가 있는 쪽을 쳐다 봤다.





"며..명카 드라이브가 오늘로써 활동을 중단한다는게 사실인가요?"




"...네"


제시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왜.. 왜 이렇게 활동을 일찍 접는 거죠?"




"......"




"저기... 활동 중단이 두분이 함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는 소문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일단 함께 레스토랑에 갔다는건 사실인가요?"






"... 아주 잠깐의 유행같은 거니까요..."




"네?"







제시카는 서둘러 자리를 떴고, 기자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유행???" 


그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냉면이 너무 떠서 말도 안되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는 말인가..?"





"....."







그러곤 혼자 작게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애휴, 하긴 나이 차이가 그렇게 나는데 뭔일이 있었을라고.. 별일 아닌가 보네..."






순간,



그는 왠지 아까 제시카의 얼굴에서 미소를 본것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곧 잊어버렸다.


아주 잠깐 동안의 유행처럼...








http://gallog.dcinside.com/ghrkdtls/21113272516
by 치미 2009. 8. 14. 02:59

"그것때문에 저를 레스토랑으로 부르신건가요?"


그는 대답이 없었다.


"오빠한테 저는 그런 존재인가요?"




"만나자.."


"네?"


"지금 만나자. 저번에 그 장소로 나와"


"뚜..뚜...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를 끊으니 옆에서 티파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시카야, 너 설마.."



제시카는 재빨리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의 빠른 발걸음. 그리고 굳게 다문 입술이 무엇인가 다짐을 했음을 보여주는듯 했다.








약속한 장소.



그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도착한 제시카도 벤치에 앉았다.


둘은 벤치의 양쪽 끝에 앉아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미안하다"


"..."



"너를 돈때문에 이용하려는 생각은 없었어. 네가 내 딸같고 친구 같아서...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던ㄱ..."


순간 그는 그의 왼팔에 스치는 부드러운 살결과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그녀는 어느새 그의 옆에 와 있었다.







"저, 오빠 좋아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녀의 향기로운 샴푸냄새와 따뜻한 온기가 그의 몸을 휘감아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게


'단지 지금 이대로...'

 
'지금 이대로 계속 있고 싶다...'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






"냉면이 말이야..."


"네?"


"냉면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거라고 생각해?"



오랜 침묵을 깨고 그가 한 말에 제시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생각하기엔 딱 한달. 아니 한달도 못갈거야.."


그는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원래 유행이라는게 그런거거든. 잠깐 열광했었다가 얼마 못가 금세 질려서 바로 잊어버리지."



"그렇다고 그것이 의미없는 일은 절대 아니야.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아른아른한 추억으로 남게되지."



"내가 저런것을 좋아했었구나.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되는것들도 참 많아.."


제시카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너한테 지독하게 촌스러웠던 아주 잠깐 동안의 유행이었던거야.."








그는 벤치를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그냥 그걸로 만족할게.."



"...."






"밤이 되니까 날씨가 많이 춥다! 빨리 들어가라.."


그가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조용한 밤거리에 울려퍼진다.








소녀는 벤치에 혼자 남아, 조용히 아주 조용히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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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미 2009. 8. 14. 02:54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태호야, 오늘 뭐한다고?"


"아니, 이 형은 왜 계속 물어봐? 오늘 듀엣 가요제한다고!"



듀엣가요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때부터 내 생각은 하나였다.

요즘 인기있는 아이돌과 엮어서 한번 대박 내보자는 생각.



제시카를 처음 찾아가 부탁했을때 혼쾌히 승낙해줄것이라 생각했는데, 뜸을 들이는것을 보고 약간 기분이 상했다.

요즘 젊은애들 싸가지 없는거야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물론 그런것보다 내게는 개그로 써먹을수 있는 소스를 만드는게 더 중요했다.







결국 제시카와 팀을 짤수 있었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명수씨, 여기는 냉면을 먹듯이 손을 이렇게 올리고, 쓰읍~하아 쓰읍~하아"


나이 40에 이렇게 빠른곡에 춤까지 춰야한다니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아이고, 좀 쉬었다 합시다..아이고"


내가 힘들어 퍼질러 있을때면 항상 느닷없이 제시카가 찾아왔다.




"왜 연습안하시고 누워계시는거에요! 이렇게해서 1등할 수 있겠어요?! 빨리 일어나세요!"


그렇게 옆에 와서 쫑알쫑알 거리면 다시 일어나서 연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 소녀는 나에게 자양강장제 같은 역할을 해줬는지도 모른다.





"시카야, 걱정하지마라. 내가 꼭 일등시켜줄게. 오빠만 믿어"


어쩌다 이렇게 장난스럽게 말을 걸면 소녀는 차갑게 대답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어요"


애늙은이 같은 말에 약간 어리둥절 했지만, 사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회 당일.




"아이고, 이것도 대회라고 떨리긴 떨린다 야..."


따뜻한 위로를 기대하고 건넨 말은 아니었다.






"너무 긴장하지마요... 수상이 중요한가요? 이렇게 좋은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게 중요한거요!"

"자, 힘내요.. 화이팅!"


그녀는 나를 위로해줬다.

나는 순간 깨달았다. 



이 아이는 나와 같다.

상처받는것이 두려워 먼저 가시를 세운다.

하지만 가시속의 그녀는 너무나도 여리고 너무나도 착한 소녀였던 것이다.



나는 그 소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랑?

아니다. 

사랑이라기 보단 굳이 따지자면 부모가 자식에게 느끼는 감정에 가까웠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이고, 시카야 미안하다. 나 때문에 바쁜사람들 모셔놓고.. 애휴"


"괜찮아요 ^^"


"다들 끝났는데, 회식하러 가자! 갈비 어때?!"


"갈비?! 아 맞다. 나 내일 패떳 촬영있어서 먼저 갈게"


"재..재석아!"





"저도 내일 스케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그래.. 나중에 보자..!"


그 뒤로 한동안 제시카와는 연락할 수 없었다.







며칠 뒤 이수만 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시카와 듀엣을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안합니다. 대회때도 저 때문에 시카양을 비롯한 여러분들 고생시켰고, 또 불우이웃을 돕는 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을 상업적인일로 매듭짓고 싶진 않네요"





단칼에 거절했지만 제시카와 이대로 연락이 끊어지기는 아쉬웠다.


만날 구실이 필요했다. 


제시카에게 친한 개그맨 후배를 소개시켜주기로 마음먹었다.


제시카에게 먼저 문자를 보내 약속을 잡고 후배에게도 연락을 했다.


괜한 오해 생기는게 싫어서 여기저기 소문도 내고 다녔다.



"이번에 후배 G군하고 제시카하고 만나보게 해주려고.. "

"G군?"

"어, G가 그렇게 제시카를 만나고 싶다고 난리야. 아주 곤란해 미칠지경이다"

"G군 걔 소문이 안좋던데.. 남의 차 막 훔쳐타고 다닌다던데?"



결국 G군은 약속 당일날 아침 벤츠를 훔쳐타다가 걸려 조사를 받으러 갔다.





나는 안절부절해 있었다.


G군이 잡힌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나 혼자 만나러 가야 되나? 그러다 괜한 오해사면 어떻게 하지? 나야 그렇다치고 제시카는? 설마 내 나이에 스캔들이 날까?'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결국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레스토랑에서 만난 제시카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무슨 안좋은일 있나? 아니면 나를 만난게 싫은거야?'



잠시뒤 그녀는 화장실에 다녀왔고,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보였다.


제시카는 요리를 얼마 먹지도 않못하고, 스케쥴 때문에 금방 나가 버렸다.





'지켜주고 싶다'


'만나고 싶다'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나의 이런 복합적인 감정의 폭풍은 제시카 얼굴의 눈물자국을 봤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감정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내 감정을 내가 주체할수 없었다.




"여보세요, 사장님? 저, 하겠습니다. 듀엣 하겠습니다."



http://gallog.dcinside.com/ghrkdtls/27421181677
by 치미 2009. 8. 14. 02:52

"냉면이 이렇게 까지 대박칠줄 난 몰랐거든. 허허"

재떨이에 담배를 털며 그가 말한다. 안경위로 올려다보는 날카로운 눈매는 마치 내 모든것을 꿰뚫고 있다고 말하는듯 하다.


"냉면으로 시카 너의 그 차가운 이미지도 분명히 많이 순화됐을꺼야. 분명히!"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건데요?"

제시카는 그의 기에 눌리기 싫어서 일부러 강하게 맞부딪쳤다.



"그러니까 말이야.. 시카야 너 솔로활동 하고 싶은 마음없어? 태연이도 솔로 활동했고, 윤아도 연기활동 꾸준히 하고 있고..."


"네?"


"아니, 뭐 말이 솔로활동이지. 박명수랑 같이하면 듀엣이지."


"...."


"한번 잘생각해봐. 명수한테는 이미 며칠전에 얘기해뒀어."


"뭐라고 하던가요..."
제시카가 나지막하게 얘기했다.



"응?"


"명수오빠 말이에요. 뭐라고 하던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명수야 당연히 좋다고 하지."


제시카는 자신이 그의 어떤 대답을 듣고 싶었던것일지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어떤 대답이라도 자신의 마음은 편할 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싫어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정말로 다행이라고...  가슴 깊숙히 피어오르는 생각을 묻고 또 묻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는 제시카의 등뒤에서 이수만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리고 그 소문 신경쓰지마. 내가 언플 좀 하지. 뭐 둘의 나이차라면 따로 손쓸일도 없을것 같지만 말야. 큭큭"

이수만 사장의 그 말은 제시카와 박명수 사이의 현실의 벽을 적나라하게 꼬집어놓아서 제시카의 마음을 더욱 후벼팠다.









다음날 소녀시대 숙소.



"시카야~ 뭐해? 헤헤헤"
침대에 풀이 죽어 누워있는 제시카에게 티파니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시카야~ 그런 헛소문 신경쓰지마~ 누가 너같이 예쁜애랑 박명수같은 아저씨랑 무슨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겠냐~"


"..."


"시카야~아~아~"






우우웅~




"어, 전화왔네? 박명수 아저씨다! 내가 받아서 혼내줄까?!"


제시카는 말없이 휴대폰을 빼앗았다.



"후우..."

그리곤 차분히 한번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그래.. 시카야, 오빠야. 잘지냈지?"

오늘따라 그의 목소리가 더 자상하게 들린다.



"다른게 아니라, 사장님한테 얘기는 들었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며..? 야, 잘 부탁한다. 내가 저번에 레스토랑 가서 맛있는거 사줬잖아, 허허... 우리 한번 해보자!"






제시카는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때문에..."




"응..?"







"그것 때문에 저를 레스토랑으로 부르신건가요?"



http://gallog.dcinside.com/ghrkdtls/26184151398
by 치미 2009. 8. 14. 02:51

"야!야! 어 어제 그얘기 들었어? 소녀시대 제시카랑 박명수랑 밤에 레스토랑에서 만났데!!"

"진짜? 둘이 냉면 같이 부르더니 그렇고 그런사이 된거 아니야?"

"야 내가 태연이한테 물어볼게 병신들아. 내가 물어보면 한방에 끝나. 라디오도 같이함"


sm 슈퍼주니어 연습실. 지난밤 제시카와 박명수가 만난 소문은 이곳으로 까지 번져왔다.


"어, 태연이 왜 전화 안받지..?"

"형 또 어장관리 당하는거 아니에요?"

"뭐 이 돼지새ㄲ.."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 안녕하세요? 오빠들"

제시카였다.

제시카는 소문이 도는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평소와 다를게 없었다.



"야..니가 물어봐"

"형이 물어봐요"

슈퍼쥬니어 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와보라고 씨빨!"

인파 사이에서 감탄사를 내뱉으며 동해가 나섰다.


"시카야. 너 박명수랑 만났다는게 사실이야 씨빨?"

"네?"
"아 그거 명수오빠가 냉면 대박나서 고맙다고 명수오빠 가족분들이랑 같이 식사한거에요. ^^ 벌써 그런 소문이 도는구나.. 곤란한데;;"


"아..역시 그런거지 시카야? 씨빨. 그럴줄 알았다 씨빨."


별일 아니라는듯 얘기하는 시카를 보고 안도해서 감탄사를 내뱉는 동해. 

하지만 그런 시카의 당당한 모습에 어딘지 모를 쓸쓸함이 감춰져 있다는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이, 제시카! 이수만 사장님이 부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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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미 2009. 8. 14. 02:49

아저씨는 날 기억 못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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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다섯개의 선풍기보다도, 최신식 에어컨보다도 소녀의 곱고 하얀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소녀는 바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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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6일 일요일. 오후 10시


모든 사람들이 꿀맛 같았던 휴일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잠자리를 청하고 있을 시간에

제시카는 한 번화가의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있다.

연예인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수수한 옷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 쓴 차림새였지만 멀리서 봐도 흐르는 귀티는 감출수가 없다.

제시카는 남자종업원들이 수근거리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어젯밤의 문자를 몇번이고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시카야, 혹시 내일 시간되면 레스토랑에서 밥 같이 먹을래?]


"킥..킥ㅋ"

몇번이고 본 문자지만, 다시 봐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젯밤은 제시카에겐 마치 꿈같은 날이었다.

일주일만에 그에게서 문자를 받은데다가, 방송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의 첫 맞남 약속까지 잡았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설레여 밤잠까지 설쳤던 제시카지만, 자신이 왜 그렇게 기뻐하는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저기, 손님 무엇을 시키겠습니까?"

"아, 저기 일행이 곧 올거에요..!"


문자를 보는데 몰입해서 종업원이 다가오는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제시카는, 자신의 신분이 들킬까봐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다.



순간 제시카의 시야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어이 명시카! 제시카!"


소녀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자신이 연예인 신분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여기에요! 오빠!"


그 외침에 이 가녀리고 아릿다운 소녀가 아이돌 스타라는것을 들키는것은 시간문제였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제시카의 환하게 웃던 표정은 점차 굳어져갔다.



"아이고, 여기까지 오는데 차가 막혀서 말이야.. 그 동안 잘 지냈지?"


"아참. 이쪽은 내 아내야. 그리고 이쪽은 내 사랑하는 민서! 봐봐 귀엽지?!"




이미 제시카의 머릿속은 백지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그의 문자에서 "단둘이" 만난다는 내용은 없었다. 

아니, 이런 컴컴한 밤에 고급레스토랑에서 남녀가 단둘이 만난다는 생각을 하는것 자체가 이상한것이었다.

그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다.


"저,,저기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도망치듯 빠져나와 화장실로 간 그녀는 자신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자신이 그를 사랑한다는것도 깨닫게 되었다.
by 치미 2009. 8. 14. 02:46

2009년 7월 25일 토요일, 소녀시대의 숙소


저녁준비를 하는 소리에 밖은 시끄럽다.

뭐가 그리 좋은지 다른 멤버들은 왁자지껄 즐겁게 떠들고 있다.


숙소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체 어두컴컴한 방안에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있는 한 소녀.

금발에 이국적인 외모, 누가 봐도 귀공녀 스타일인 그녀는 9명의 소녀들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소녀였다.

그녀는 무엇인가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시카야, 뭐해?"

누군가 방안에 몰래 들어와 이불을 확 들추며 말한다.

어두운 방안이지만 살짝 열린 문틈사이로 비추는 빛에 색기 넘치는 몸매가 드러난다.

"어, 유리야.."

12명의 소녀중 가장 색기가 넘치는 유리는, 데뷔전부터 소녀시대 멤버중 유독 제시카에게 들이대곤 했다.


"DMB보고 있었어^^?"

제시카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물건은 어느세 유리의 손에 들려 있었다.


"무한도전이네~ 명수오빠 진짜 웃긴다 ㅋㅋ 얼굴봐 ㅋㅋ 정말 하늘이 주신 개그맨이야 ㅋㅋ"


고양이 같은 유리의 웃음. 제시카는 왠지 자신을 놀리는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뭔가 불편하다.

"됐어, 이리줘"

핸드폰을 다시 빼았고는 태연한척 거실로 향하는 제시카.


"왜그래! 명수오빠랑 같이 냉면 불렀다고 그새 정든거야?! 차가워 너무나~ 속이 시려~ 너무나 이빨이 너무 시려! 냉면!냉면!냉면!"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유리의 노래에 제시카는 얼굴이 빨개진다.



거실에선 저녁준비를 하는 다른 멤버와 달리 혼자 티비를 보고 효연이가 보인다. 채널은 SBS. 스타킹을 보고 있다.

"무한도전을 틀라고 바보야..." 작게 중얼거리는 제시카.

자신은 TV를 보고 있지 않지만 강호동의 오버리엑션이 점점 귀에 거슬린다.


"저기, 다른거 보ㅈ.." 



우우웅~



그 순간 익숙한 진동음과 동시에, 휴대폰 액정에 문자메세지가 떴다.



[당연히 무한도전 보고 있겠지? -악마-]



"어이 제시카, 뭐라고???"

"어..어? 아무것도 아니야"

휴대폰을 들고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가는 제시카.

얼마만의 문자일까, 지난주 무도에서 듀엣가요제가 방송된후 꼬박 일주일 만의 문자다.


"아...뭐라고 답장을 하지..? 뭐라고 해야 좋을까 힝 ㅠㅠ"


5분동안 변기에 앉아 문자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소녀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이기 까지 했다.


[당연히 재밌게 보고 있어요! 다른 멤버들도 오빠 너무 웃기다고 하던걸요 ^^]


확인버튼 앞에서 까딱까딱 거리며 고민하고 있는 그녀의 희고 가녀린 손가락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후..."


답장을 보내고 안도하던 제시카는 화장실 거울에 비추는 자신의 얼굴을 발견했다.

제시카는 웃고 있었다.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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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미 2009. 8. 14. 02:44
"안녕하세요!"

"안녕 은지야. 오늘도 아빠 병문안 왔니?"

"네!"


은지라고 불리는 소녀는 그렇게 의사에게 대답하면서 재빨리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은지네 아버지는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계시답니다.  그래서 착한 은지는 학교가 끝나고 매일매일 병원에 와서 아버지를 간호했어요.  병원의 여러 사람들이 달려가는 은지에게 인사를 했어요.  은지는 굉장히 마음착하고 활발한 소녀라서 인기가 많답니다.  

평소에는 은지가 아버지 병실까지 가려면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데도 30분이 넘게 걸리지만, 오늘은 은지는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재빨리 병실로 향했어요.  오늘은 굉장히 특별한 날이거든요.






"아빠!!"

소녀는 병실의 문을 벌컥 열면서 들어왔어요.

"와아아아아아아아!!!"

문을 열자마자 병실안의 사람들이 내지르는 고함이 은지의 귀에 들려왔어요.

"아빠! 어떻게 됬어요?!"

"오오! 은지야! 어서와라! 이것 좀 보려무나! 아하하하하하하!"

-쥐쥐!!!!!!!!!!!! 홍진호 선수! 김택용 선수를 잡고 4강에!! 4강에 진출합니다!!!

병실안의 TV 에서는 요즘 한창 기세를 올리는 홍진호 선수가 나오고 있었고, 병실안의 사람들은 제각기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었어요.  특히 아버지는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덩실덩실 콩댄스를 추고 계셨어요.  
아무튼 몸도 안좋으신 분이 홍진호 선수만 나오면 저렇게 좋아하신다니깐요.


"이겼어요?"

"허허, 그래! 이겼다! 홍진호 선수가 이겼어!!"

"하하, 정말 그렇게 좋으세요?"

"그래, 이 아빠가 운이 좋아서 죽기전에 홍진호가 우승하는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어허허허허허"

"아이 참 아빠도, 죽는다는 소리 같은건 하지 말라니까요"

"어허허허, 알았다. 알았어. 어허허허허허"



착한 은지는 아버지의 몸이 걱정되었지만, 아버지는 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너무나도 행복하게 웃고 계셨어요.




잠 시 후 간호사가 들이닥쳐서 아버지를 말리며 절대로 안정을 취해야 한다면서 아버지에게 뭐라고 그러셨지만 아버지는 연신 싱글싱글 웃고 계실 뿐이었어요.  주변 사람들도, 스타 팬인 아버지에게서 스타를 알게 되어 스타에 흠뻑 빠진 주변 사람들도 함께 싱글벙글 웃었어요.













"의사선생님, 꼭 좀 부탁합니다. 네?  저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어허... 아버님, 안된다니깐요. 그런 몸으로 나가긴 어딜 나가신다고 그러세요"


은지네 아버님은 심근경색을 앓고 계세요.  병이 너무너무 심해서 지난번에 한번 쓰러지신 이후로 벌써 2달째 병원에 계속 입원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무리한 운동같은건 절대로 삼가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답니다.



"맨날 병실에서 그 콩댄스 추는것만 봐도 제 심장이 다 떨릴 지경이라니깐요.  그런 몸을 해가지고는 어딜 나가시려고... 안됩니다.  절대로 안되요"

"이번 한번만, 딱 이번 한번만입니다.  내가 의사선생님 말 지금까지 잘 들으면서 집에도 고향에도 단 한번 나가지 않고 병실에서만 쳐박혀서 살아왔소.  이번 딱 한번만, 정말 안된단 말입니까?"

"아버님,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러면 안됩니다.  과도한 흥분과 자극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아시잖습니까.  그냥 병실에서 TV 로 보시면 안되겠습니까?  마음같아선 그놈의 스타리그도 아예 못보게 하고 싶지만...."

"의사양반, 내 마지막 부탁이오...안되겠소?"

"어허, 안된다니깐요"

"하지만..."

아버지는 급기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어요.

"홍진호 선수의.... 홍진호의 결승전이란 말입니다!!! 정말 생애 마지막으로 볼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장면인데...."


"..."


아버지도 울고, 의사선생님도 울고, 병실 문 바깥에서 몰래 엿듣고 있던 은지도 울었어요.  


















"아빠...."

"응..."

"결승전... 가고싶어?"

"그래. 가고 싶구나"

"난 스타같은건 잘 모르겠어.  도저히 이해가 안되.  그냥 TV 로 보면 안되?"

"..."

"...아빠 바보..."

"미안하구나... 이 아빠가 욕심이 너무 많지?"

"..."

"홍진호 선수가 결승전에 서는 모습을 보게 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아빠"

"홍진호가 결승전 무대에 서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볼수만 있다면... 행여나 만약에 우승이라도 하는 장면을 볼 수만 있다면... 이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죽어도 좋을것 같구나..."

"아빠! 자꾸 죽는다는 얘기 하지 말랬잖아!!!!!"

"... 미안하구나."

"정말, 정말 그렇게 가보고싶어?"

"그래. 꼭 가고 싶단다. 이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란다."

"..."

"홍진호 선수 결승에 가게 되면...."

"하지마"

"..."

"죽는다는 이야기 같은건 하지마"

"그래... 내가 홍진호 선수 결승에 가게 되면..."


아버지는 은지의 눈초리를 피하면서 어물거렸어요



"홍진호 선수 결승을 보기만 하면, 이 아버지의 병도 씻은듯이 나을것만 같구나"



은지는 그 말을 듣고 울었어요.  너무나도 서럽게 펑펑 울었어요.  바보 아빠.  그런다고 그 병이 나을리가 없는데.  하지만 자신이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버지의 정말 간절한, 마지막 소원인걸요.



"정말로?"

"그래, 정말로"

"정말로 나을것 같아?"

"응, 그래.  그렇단다"

"정말이지?"

"응"

"그럼 약속.  결승전에 가면 이제 아프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래"



물론 결승전 간다고 있던 병이 나을리는 없지만,  딸은 아버지의 간절한 소원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못이기는 척 속아주기로 했어요.

아버지와 딸은 그렇게 웃으면서, 울면서 서로 새끼손가락을 걸었답니다.





















"최성근씨.  주사맞으실 시간이에요"

"...."

"최성근씨?"


간호사는 아버지가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는 이불을 확 걷어냈어요.


"어? 김씨 아저씨?"

"어. 김간호사. 안녕하신가?"

"아, 아저씨! 아저씨 자리 여기 아니잖아요!!"

"아, 그런가? 요즘 건망증이 심해져서 그만....허허허"

"최성근씨는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걸?"



능글맞게 웃는 김씨아저씨를 보면서 김간호사는 낭패감에 젖어들었어요.  이런 젠장. 어째 은미가 병원에 오지 않을때부터 짐작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말이에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TV 에서 결승전의 환호성이 무지막지하게 울려퍼졌어요.

















"아빠, 잘 보여요?"

"그래, 잘 보인단다. 하하하"



은지네 아버지는 지금 꿈과 같은 기분에 젖어있었어요.  홍진호 선수의 결승전에 이렇게 직접 와서 응원을 할 수 있다니, 너무나도 꿈만같았어요.


-네! 저기 보십시오! 지금 어떤 팬 분 께서, 휠체어를 타고 지금 여기 응원현장까지 나오셨습니다!!!  보십시오! 선수들을 향한 이 뜨거운 열기를!


TV 카메라가 관중석에 있는 아빠와 은지를 비추고, 아버지와 은지는 어린아이처럼 너무 좋아하면서 막 손을 흔들었어요.  주위 사람들이 다 돌아보고, 은지는 부끄러워져서는 고개를 숙였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너무 좋다고 웃으셨어요.




"하나! 둘! 셋!"

"홍진호 화이팅!!!!!!!!!"



아버지도 주위사람들을 따라서 힘차게 홍진호 화이팅을 외쳤어요.


은지는 아버지가 크게 소리를 지를때마다 기절할 것 같이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기분이 너무 좋아보이셨어요.  이렇게 환한 얼굴은 은지도 처음보는 거에요.

혹시나, 은지는 혹시나 정말 홍진호 선수가 우승을 해 준다면 아버지의 병이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약간 가지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홍진호 화이팅을 외쳤어요.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어요.





커다란 화면이 연신 홍진호 선수와 상대편 선수의 본진을 비추었고,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경기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어요.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주위의 분위기가 술렁거리고 있었어요.

아버지의 표정도 많이 좋지 않았어요.

어째서, 아직 경기는 이제 시작했을 뿐인데, 왜 다들 표정이 안좋은거죠?

아버지의 얼굴이 불안해지는것을 보면서, 은지의 표정은 그보다 2배, 3배는 더 불안해 졌어요.

어째서, 일을 해야하는 상대편 일꾼들이 다들 일은 안하고 몰려나오고 있는거죠?


"꺄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앗!!!"

"우우우우우우우!"


이윽고 관중석에서 미친듯한 야유와 소름끼치는 비명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햇어요.  은지는 무언가가 본격적으로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은지는 아버지를 돌아보았고, 아버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아빠! 아빠! 왜그래?!"

"으...으으...호, 홍진호가... 홍진호가...SCV 가....으으....으...."

"아, 아빠! 왜그래요 아빠! 정신차려! 아빠!! 아빠!!!"

아버지는 이제 눈을 까뒤집고 입에서 거품을 물기 시작했어요.  이런, 큰일났어요!


"누가, 누가 좀 도와주세요!!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가 아프세요!! 제발!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은지는 그렇게 엉엉 울면서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관중석은 이미 광란의 도가니가 되어서 아무도 은지의 외침을 듣지 못했어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  

"은지야!"

"의사선생님!!!!"


다행이에요. 때마침 의사 선생님이 왔어요.  결승전을 보러 온 아버지를 잡으러 왔나봐요


"은지야!"

"의사선생님! 아버지가! 아버지가!!"

"이런, 최성근씨!! 최성근씨! 정신 차리세요!  젠장... 내가 이럴까봐 그렇게 말렸건만..."

"선생님! 죄송해요! 제발! 제발 저희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네?!"

"앰뷸런스를 가지고 왔으니까 빨리 옮기자! 어이! 여봐요!  이쪽이야! 들것 빨리!!!"



아버지는 그렇게 들것에 실려 경기장 밖으로 후송되었어요.


그때까지도 아버지는 가슴을 움켜쥐고 몸에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키며 무언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고 계셨어요.

은지는 한번 경기장을 뒤돌아봤어요.

이 제 홍진호 선수의 기지에는 상대방 선수의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고, 홍진호 선수의 일꾼와 상대방 선수의 일꾼들이 서로 엉켜서 싸우고 있었어요.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알지 못할 이상한 경기였어요.  경기장에서는 연신 엄청난 함성이 들려오고 있었어요.

'제기랄... 홍진호 당신! 이러고도 우승 못하게 되면 그땐 정말 가만 안둘줄 알아!!!!'

은지는 마음속으로 홍진호선수와 상대선수인 이름모를 머리 큰 테란 프로게이머를 향해서 간절한 기원이 섞인 독설을 퍼부으면서 앰뷸런스에 올랐어요.

엠뷸런스에 타자마자 뒤에서 무언가 엄청난 함성과 비명소리가 다시 들렸어요.

아버지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몸을 움찔하면서 더욱 더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은지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


-찰칵
-찰칵

"아, 최은지씨,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평소에 아버지가 스타리그를 많이 즐겨 보셨나요?"

"저기 최은지씨? 대답 한말씀만..."



아 버지의 장례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평소 알던 사람들, 친척들, 병실에서 함께 스타리그를 보면서 울고 웃었던 많은 환자분들, 고마웠던 의사분들, 간호사 분들, 그리고 무슨 소문을 듣고 달려온 온갖 기자들까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하지만 은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오직 아버지의 영정사진만이 은지의 두 눈에 아프게, 너무나 아프게 박혀서 빠져나올 줄 몰랐어요.




그때 뒤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은지의 눈에 그때 비로소 아버지의 사진 말고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홍진호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흑...."


"...."

"흑...흐흑...으아아아아아아앙!"


은지는 홍진호 선수에게 달려가 홍진호를 마구 때리면서 울었어요.


"야...야 이 나쁜놈아!!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아버지가! 으흑, 우리 아빠 살려내! 살려내란 말이야!!!!"


은지는 그렇게, 너무나도 서럽게 펑펑 울었어요.

주위 사람들도 울고, 은지도 울고, 기자들도 울고, 홍진호 선수도 조용히 눈물을 흘렸어요.


" 아버지는... 우리 아빠는... 당신이 우승을 하는 것만 보면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정말 죽기 전에 당신 우승하는걸 꼭 보고싶다고... 매일 그렇게... 정말......으흐흑....아빠....아빠아아......으아아아아앙....."



은지는 홍진호 선수를 앞에 두고 아버지가 떠올라 그렇게 엉엉 다시 울었어요.  주위 사람들도 말을 잃고는 그들을 너무나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최성근씨..."

홍진호 선수의 입이 드디어 열렸어요.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저를 이렇게나 사랑해 주신 팬 여러분께... 이번에도 보답을 하지 못하고 이렇게...흑..."


홍진호 선수도 말을 채 잊지 못하고 울었어요.




주위는 한동안 너무나도 가슴아픈 슬픔에 젖어들었어요.







잠시 후.





-흔들...흔들...


홍진호 선수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흔들...흔들...


한걸음, 한걸음, 어설프게, 조금씩, 한걸음


-덩실~ 덩실~ 덩실~


그리고 이내 힘있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홍진호 선수가, 콩댄스를 추기 시작했어요.



덩실 덩실

덩실 덩실



너무나도 아름답게

너무나도 격렬하게

너무나도 슬프게


자신을 그렇게 사랑해준 팬의 염원을 달래주려는 듯, 그렇게 홍진호선수는 눈물을 흘리면서 콩댄스를 추기 시작했어요.


이윽고 그 홍진호 선수의 뒤에 있던, 홍진호 선수의 결승상대였던 그 선수도 홍진호 선수의 춤을 따라하기 시작했어요.

그 리고 한명, 한명, 홍진호 선수를 따라온 선수들이, 아버지와 함께 스타를 보던 같은 병실 사람들이, 병원 사람들이, 의사선생님이, 간호사 언니들이, 기자들 마저도, 그렇게 다 함깨 흥겹게, 하지만 너무나도 슬프게 콩댄스를 추기 시작했어요.




'...아...'


은지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아롱져 흘러내렸어요.



'아버지, 보고 계세요?'


'홍진호 선수가... 홍진호 선수가, 아버지의 앞에서, 아버지를 위해서 콩댄스를 추고 있어요...'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던 홍진호 선수가...'


'이 많은 사람들이...아버지를 위해서... 다 함께...'


은지의 눈에, 콩댄스를 추던 홍진호 선수의 위로 생전의 콩댄스를 추던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어요.


은지의 눈에 들어온 아버지는 웃고 계셨어요


홍진호가 한경기 한경기 이길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으시면서 콩댄스를 추시던 아버지.


자신에게 콩댄스를 보여주시며 환하게 웃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은지는 계속 울었어요.


울면서도, 웃으면서, 그 환한 얼굴의 아버지를 보고 웃으면서, 은지도 아버지와 함께 콩댄스를 추기 시작했답니다.




덩실 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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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미 2009. 7. 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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